-내가 외국어에 소질이 있다고?
브라질 대학 학자들과도 가끔 연락할 일이 있는데 그쪽 아시아학 관련 소식을 받아보면 같은 라틴어계통이라 무슨 소리인지는 대충 알겠는데 확실하지 않아 답답한 포르투갈어가 문제였다. 마침 산티아고에 있는 브라질문화원에서 1월 집중강좌를 연다고 해서 신청을 했다. (1월 집중강좌 인기는 정말 대단하다.)
첫 시간부터 나는 좌절했다. 우리말이 아닌 외국어는 문법부터 배워야 이해가 되는 나는, 첫 시간부터 "네 이름이 뭐니?"를 포르투갈어로 묻고, 척척 대답을 하는 클래스메이트들을 보고 기가 죽었다. 여기 기초반 맞나 싶었다. 그 다음 시간이 되자 형용사, 그 다음 시간이 되자 동사변화표를 나눠주고 회화를 한다. 칠레, 벨기에, 이태리, 스페인 사람들은 대충 비슷한 단어를 포르투갈어식으로 발음하며 척척 잘도 받아쳤지만, 아무리 스페인어를 잘한대봤자 그들을 따라갈 수 없는 나는 절절 매야만 했다. 선생님의 "뭐라고?"라는 소리만 들어도 경기가 날 지경이었다.
한 달을 수강료가 아까워 가까스로 출석을 했다. 이제껏 외국어에 소질이 있다고 여겼던 내 자존심과 자만감은 여지없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오늘 길에서 매혹적인 보사노바 리듬을 듣자니 내 이 포어를 우짤까나... 다시 고민이 된다.
못난이의 도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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