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티아고 한인촌에 가는 경우는 간장/된장/고추장이 떨어졌을 때, 그리고 약속이 있을 때 뿐이다. 지하철을 갈아 타고 가야 하는 것도 불편하고, 간단한 반찬이야 내가 대충 해먹으면 되고, 어차피 집에서는 냄새 걱정에 김치도 안먹고, 워낙 맵고 짠 음식을 잘 못 먹고, 게다가 한국가격의 딱 2배를 받는 한인촌 가격에 굳이 한국과자를 먹어야 할 이유도 없다.
어쩌다 한인촌에 가면 그 기회를 이용해 당면, 두부, 묵 등을 사오곤 했는데, 두부와 묵은 4인 이상 가족용 크기로 나와서 참 난감했다. 두부와 묵을 워낙 좋아해서 사오긴 했는데 하루 세 끼를 모두 한국음식만 먹는게 아니니 어떨 때는 일주일 내내 매일 묵을 먹다가 버리지도 못하고 애꿎은 묵만 원망하기도 했다. 된장찌개나 국은 주말에만 안심하고 끓여 먹으니 두부도 처치곤란은 마찬가지였다.
궁리 끝에 두부는 부치고, 간장에 조리고, 케첩과 고추장으로 조리고 어찌어찌 해결이 되었는데 묵은 어쩌지? 할 즈음 도토리묵 가루/청포묵 가루가 눈에 띄었다. 가루:물=1:4? 계속 젓다가 이래라 저래라.... 그래, 한글을 못읽는 것도 아닌데 어디 설명서 대로 해보자. 앗! 처음엔 성공, 두번째는 실패, 그 다음부터는 쭈우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ㄱ 성공.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내가 도토리 묵 쑤어 먹은 얘기를 하면 다들 정신없이 웃는다. (하긴 나도 이런 내가 믿기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어머니께서는 "뭐?" 하신다. (하긴 나도 내가? 한다.)
추석 흉내는 내고 넘어가야겠기에 내일 집으로 몇 사람을 불렀다. 잡채를 하려고 보니 당면 사놓은게 다 떨어졌는데 다행히 도토리묵 가루가 남아 있어서 미리 만들어 두었다. 내친 김에 청포묵도 쑤어볼까?
잘 먹고 잘 살기 2
칠레에는 PUC대학과 가톨릭대학이 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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