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September 18, 2011

이웃집 남자 4

몇년 전 칠레 북쪽 San Pedro de Atacama 사막에 갔을 때다. Calama 시내거리에 늘어선 여행사 중 한 곳이 다른 여행사에는 보이지 않는 특이한 여행지를 내걸었기에 들어가보았다. 일명 무지개계곡 (Valle de Arco Iris) 여행이라고 했다. 주위에 워낙 유명한 곳이 많아 아직까지 잘 알려진 곳은 아닌데 여행사 주인이 워낙 좋아하는 곳이라나. 호기심에 이름을 적었다. 내 위로 두 명이 등록되어 있었고, 둘 다 독일식 이름이었다.

다음날 아침 같이 여행할 팀을 만났다. 우리를 안내해 줄 기사아저씨는 아르헨티나 투쿠만 출신, 독일인 부자 중 아버지는 페루에 있는 독일학교에서 10년 넘게 일하신 분, 아들은 영국의 모 대학 사회학과 교수, 피노체트 시절 스웨덴으로 망명을 간 칠레 교포 2세, 그리고 나. 우리는 완벽한 multinational, multi-intercultural 그룹이었다.

일행 전원이 자기 나라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라 할 얘기가 많았고 우리는 금새 친해졌다. 그 중에서도 나와 독일인 아들은 이상하리만큼  죽이 잘 맞았다. 우리는 차에 타면서부터 Valle de Arco Iris에 가서도 끝도 없이 얘기를 했다. '난 원래 누가 너무 좋으면 말을 잘 못하는데... 내가 좀 변했나?' 속으로 신기해하면서도 서로 할 얘기는 끝이 없었다.

도시락을 먹고 계곡을 내려오면서 농담삼아 말했다. "어제 여행사에 갔더니 내 이름 위로 독일식 이름 두 개가 보이더라. 남녀커플이면 부부나 연인일거고 둘 다 남자라면 게이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버지와 아들이 올거라는 생각은 못했네?" "와하하하하하하" 크게 웃더니 그가 말했다. "아버지랑 온 건 맞는데 나는 게이야. 아, 우리 아버지는 게이 아니다, 오해하지 마."

이웃집 남자 5
이웃집 남자 3

1 comment:

tae said...

아 괜찮은 남자는 다 게이라는 여성분들의 말이 약간은 맞는 것 같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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