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교환학생으로 왔던 S가 출장왔다고 연락이 왔다. Study Group ASIA의 초기 멤버고, 내 칠레 생활 초기, 지금보다도 더 헤매고 부딪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S다. 요즘은 아이들이 이런 것도 하고 저런 것도 한다.. 이 얘기 저 얘기 하니 와.. 우리도 그랬으면 좋았을텐데요, 그때보다 엄청나게 발전했네요, 한다. 과연 "이거 안해요, 저거 안해요?" 하는 지금 아이들은 그때 그 시절이 있어서 오늘도 있다는걸 알까?
S와 얘기하다 보니 내가 비빔밥을 웃으며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게 너무 좋아 미소가 지어졌다. (see 잘 먹고 잘 살기 6) 그때 나는 지금 사는 집의 마루보다 약간 작은 원룸에 살았는데 전기스토브가 너무 오래 되어서 (게다가 주인 아주머니는 20년도 더 된 물건들을 다 새 것이라고 우기며 고장나는 물건마다 나더러 다 새로 사 내라고 해서...) 어느 분이 주신 부루스타를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아이들이 오면 부루스타에 계란을 부쳐 비빔밥을 해주곤 했었는데, 그 허접한 밥도 맛있다고 먹으러 오던 (한국)학생들이 있었고 S는 그 중 한 명이었다.
드디어 방이라는게 딸린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부루스타는 꼴도 보기 싫어 누군가에게 주었고 한동안 비빔밥을 안먹었었다. (이후에는 내가 왜 비빔밥을 싫어하는지 기억을 못했다. 어머니께서 고추장 볶아 주시며 반찬 없으면 밥 비벼 먹으라고 하실 때에도 왜 시큰둥했는지 이제서야 알겠다.) 얼마 전 즐겁게 비빔밥을 먹은거 보면, 그리고 또 해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걸 보면, 내가 이제 부루스타비빔밥 증후군에서 벗어난 듯 하다. 내 삶에 감사.
잘 먹고 잘 살기 8
잘 먹고 잘 살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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