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September 29, 2011

못난이의 도전 9

-장롱면허

칠레에 올 때 국제운전면허증을 받아왔다. (정작 사용한 적은 없지만) 그때는 1년 후면 다시 한국에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칠레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런데 주위의 외국친구들을 보니 서로 돈을 모아 렌트카를 사용해 여행을 다녔다. 혹 그런 그룹에 낄 경우가 있을 지도 모르니 칠레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분들에게 물어보니 외교관들은 한국면허를 칠레면허로 바꿔주는데 나같은 '일반인'들은 다시 시험을 봐야 한다고 했다. 구청에 가서 물어보니 한국면허증이 있을 경우 실기시험은 면제해주지만 필기시험과 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아이고.. 필기시험이라.. 나는 상상초월의 기계치라 한국에서 운전면허시험을 볼 때에도 달달 외우기만 하면 되는 필기시험을 한 번 떨어졌던 사람인데 스페인어로 필기시험을.. 아득했다. 게다가 한국에서 내내 automatic을 사용해서 수동은 시동거는 법도 가물가물했다.

구청 홈페이지에 필기시험문제집이 있었다. "눈이 올 때에는 기어를 몇 단으로 넣고 브레이크를...." 어쩌고 저쩌고.. 하나도 이해는 안되지만 밤을 새워 3번인가를 보고 아침에 잊어 먹기 전에 얼른 구청에 갔다.

모두 10문제를 컴퓨터로 푸는데 내가 답을 누르면 바로 O X가 떴다. 아슬아슬하게  3개를 틀리고 합격!!!  적성검사를 받으러 갔다. 그때 하필 렌즈를 잃어버려 한국에서 친구가 급하게 소프트렌즈를 보내주었는데 돗수가 잘 맞지 않아 고생 중이었다. 망원경 같은 기구를 통해 작은 숫자를 보고 읽으라는데 몇 번째 칸 이하로 내려가니 영 가물가물하고.. 아이고..적성검사에서 떨어지면 다시 시험 보기도 어려워지는데 어떻게 하나 헤매고 있을 무렵 검시관 아저씨가 내가 스페인어를 못알아들어 그러는 줄 알고 그냥 합격! 했다.

그런데 그렇게 (나름) 힘들여 운전면허를 땄더니만 얼마 안있어 한칠레 FTA 규정 중 운전면허상호인정규정이 발효되어 한국운전면허증을 소지한 사람은 필기시험 없이도 칠레운전면허를 딸 수 있게 되었다. 어차피 차가 없어 장롱면허인 것을....... 그냥 그 덕에 못난이의 도전 9가 탄생할 수 있었음에 감사.

못난이의 도전 10
못난이의 도전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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