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날 때 그 당시 유행하던 디지털 파마를 하고 있었다. 칠레에 가면 언제 미장원에 갈 수 있을지 모르는데 그게 나름 오래 가는 파마가 아닐까 하는 계산도 있었다.
-이런 스타일이어야만 해!
칠레에 와서 두어달 지나니 '정리'라는게 좀 하고 싶었지만 내 머리를 어떻게 해놓을지 걱정이 되어서도 미장원에 못가겠고, 커트/샴푸/드라이 각각 받는 미장원 비용을 감당할 엄두도 나지 않고, 당시에는 산티아고가 아닌 지방에 살고 있던 터라 한인촌 미장원에 가기도 힘들었다. 하숙집 부엌 가위로 앞머리를 자르는 시늉 정도 내고 있자니 하숙집 아줌마가 자기 단골미장원에 같이 가자고 했다. 자기는 오랜 고객이라 특별 가격에 해줄거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미용사는 그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아르헨티나 여자였는데 날 보더니 동양여자 머리를 처음 만져본다면서 신기해했다. "동양애들 머리는 원리 생머리 아니니? 넌 왜 곱슬이지?" "아, 한국에서 파마라는걸 한거에요" "O, NO, 너의 아름다운 생머리가 나오는걸 보고 싶어" 그러더니 동양여자머리 처음 만져본 기념으로 커트/샴푸/드라이를 커트 가격 하나로 모두 해주었다. "넌 언제든 이 가격에 해줄테니 다음에도 꼭 오라"고도 했다. 그러나 아싸 하며 두어달 후 그냥 정리만 해달라고 갔더니만 "오오오 드디어 네 생머리가 보이기 시작해" 하며 심상치 않은 눈빛+가위질 이후 내 머리를 기모노 입은 일본인형처럼 앞머리 싹둑, 귀밑으로 싹둑...을 만들어놨다.
-파마를 하세요.
산티아고로 이사 온 이후에는 미국에 사는 친구가 미용기구 세트를 보내줘서 앞머리만 혼자 자르고 뒷머리는 거의 등까지 오도록 길렀던 것 같다. 그런데 기후와 물이 바뀐 탓인지 머리결도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푸석푸석 곱슬 아닌 곱슬이 되어버린 머리를 주체하기 힘들어 한인촌에 딱 한 곳이던 한국 미장원에 1년에 한 두 번 정도 갔다. (손재주는 한국사람이 최고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후 내가 혼자 앞머리 자르기 장난을 1년 넘게 하는 사이에 한인촌에는 한국의 유명 헤어샵에서 근무하던 미용사가 와서 Vitacura에 한국미장원이 생겼다더라, Vitacura에서 망해서 결국 한인촌으로 갔다더라, 한인촌에 갑자기 미장원이 두 군데가 되어 둘이 사이가 어떻다더라.. 새로 생긴 미장원 미용사랑 주인이 싸우고 미용사가 도망을 갔다더라 말이 많았다.
여름이 되어 부석부석한 긴 머리가 너무 거추장스러워 내가 전에 가끔 가던 한인촌 미장원에 가니 미용사 언니가 바뀌어 있었다. 자기가 바로 그 한국에서 왔다가 주인이랑 싸워서 어쩌고 저쩌고의 주인공이라나... "언니 파마 좀 하지'하며 내게 파마를 강요하던 미장원 언니는 내 머리를 층층 단발로 잘라놓았다. "아.. 언니.. 난 머리 손질 잘 못해요.. 이러면 드라이 안하고는 못다니는데..." "어머, 그럼 파마를 해요. 그럼 되겠네."
-이제 좀 사람같다
부실부실 층층 너저분한 머리꼴을 하고 3년 만에 한국에 갔다. 친한 고교 동창은 얼굴은 거무스레하게 타고 몸은 두리뭉실에 정체불명 헤어스타일까지 보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날 데리고 미장원에 갔다. "원정아.. 이제 좀 사람같다"
-내가 파마 하랬잖아요
그해는 운이 좋아 2월에 한국에 다녀온 후 5월에 학회 초청을 받아 한국에 또 가게 되었다. 도착 다음날 바로 학회에 참석하게 되어 있던 일정이라 좀 깔끔하게 하고 가야 할 것 같아 살짝! 정리만 해달라고 미장원에 다시 간 게 화근. "어머, 언니는 파마는 안한다더니 어디서 했어요?" "얼마 전에 한국에 다녀왔어요." "그래요?" 그러더니 파마한 흔적 조차 사라지게 다시 내 머리를 부실부실 층층을 만들어놨다. "어.. 나 어떻게 해요.." "드라이로 막 바람을 넣어봐요. 그럼 될걸? 아님 파마를 하던지." 헐! 이후 혼자 앞머리 혼자 자르기를 꽤나 오래했다.
-네, 아니요
갑자기 칠레국회도서관에서 인터뷰요청이 왔다. 카메라멘까지 와서 녹화를 한다니 그래도 뭔가를 하는 시늉은 해야 할 것 같았다. 얼마전 한국의 유명 헤어샵에서 왔는데 어쩌니 저쩌니들 하는 새로 생긴 한인촌 미장원에 갔다. 이 아저씨 좋은 점은 질문이 없다는 거였으나 그래도 궁금한건 못참겠던지 이것저것 물으려 나름 애를 썼다. 그러나 내 대답은 "네" 아니면 "아니오"가 전부. "여기 안사시나봐요" "네" "한인촌에서 장사 안하시나봐요" "네" "다른 일 하시나봐요" "네""파마는 안하시고 그냥 앞머리만 자르실 거에요?" "네!"
-이런 스타일이어야만 해!
칠레에 와서 두어달 지나니 '정리'라는게 좀 하고 싶었지만 내 머리를 어떻게 해놓을지 걱정이 되어서도 미장원에 못가겠고, 커트/샴푸/드라이 각각 받는 미장원 비용을 감당할 엄두도 나지 않고, 당시에는 산티아고가 아닌 지방에 살고 있던 터라 한인촌 미장원에 가기도 힘들었다. 하숙집 부엌 가위로 앞머리를 자르는 시늉 정도 내고 있자니 하숙집 아줌마가 자기 단골미장원에 같이 가자고 했다. 자기는 오랜 고객이라 특별 가격에 해줄거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미용사는 그 지역에서 나름 유명한 아르헨티나 여자였는데 날 보더니 동양여자 머리를 처음 만져본다면서 신기해했다. "동양애들 머리는 원리 생머리 아니니? 넌 왜 곱슬이지?" "아, 한국에서 파마라는걸 한거에요" "O, NO, 너의 아름다운 생머리가 나오는걸 보고 싶어" 그러더니 동양여자머리 처음 만져본 기념으로 커트/샴푸/드라이를 커트 가격 하나로 모두 해주었다. "넌 언제든 이 가격에 해줄테니 다음에도 꼭 오라"고도 했다. 그러나 아싸 하며 두어달 후 그냥 정리만 해달라고 갔더니만 "오오오 드디어 네 생머리가 보이기 시작해" 하며 심상치 않은 눈빛+가위질 이후 내 머리를 기모노 입은 일본인형처럼 앞머리 싹둑, 귀밑으로 싹둑...을 만들어놨다.
-파마를 하세요.
산티아고로 이사 온 이후에는 미국에 사는 친구가 미용기구 세트를 보내줘서 앞머리만 혼자 자르고 뒷머리는 거의 등까지 오도록 길렀던 것 같다. 그런데 기후와 물이 바뀐 탓인지 머리결도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푸석푸석 곱슬 아닌 곱슬이 되어버린 머리를 주체하기 힘들어 한인촌에 딱 한 곳이던 한국 미장원에 1년에 한 두 번 정도 갔다. (손재주는 한국사람이 최고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후 내가 혼자 앞머리 자르기 장난을 1년 넘게 하는 사이에 한인촌에는 한국의 유명 헤어샵에서 근무하던 미용사가 와서 Vitacura에 한국미장원이 생겼다더라, Vitacura에서 망해서 결국 한인촌으로 갔다더라, 한인촌에 갑자기 미장원이 두 군데가 되어 둘이 사이가 어떻다더라.. 새로 생긴 미장원 미용사랑 주인이 싸우고 미용사가 도망을 갔다더라 말이 많았다.
여름이 되어 부석부석한 긴 머리가 너무 거추장스러워 내가 전에 가끔 가던 한인촌 미장원에 가니 미용사 언니가 바뀌어 있었다. 자기가 바로 그 한국에서 왔다가 주인이랑 싸워서 어쩌고 저쩌고의 주인공이라나... "언니 파마 좀 하지'하며 내게 파마를 강요하던 미장원 언니는 내 머리를 층층 단발로 잘라놓았다. "아.. 언니.. 난 머리 손질 잘 못해요.. 이러면 드라이 안하고는 못다니는데..." "어머, 그럼 파마를 해요. 그럼 되겠네."
-이제 좀 사람같다
부실부실 층층 너저분한 머리꼴을 하고 3년 만에 한국에 갔다. 친한 고교 동창은 얼굴은 거무스레하게 타고 몸은 두리뭉실에 정체불명 헤어스타일까지 보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날 데리고 미장원에 갔다. "원정아.. 이제 좀 사람같다"
-내가 파마 하랬잖아요
그해는 운이 좋아 2월에 한국에 다녀온 후 5월에 학회 초청을 받아 한국에 또 가게 되었다. 도착 다음날 바로 학회에 참석하게 되어 있던 일정이라 좀 깔끔하게 하고 가야 할 것 같아 살짝! 정리만 해달라고 미장원에 다시 간 게 화근. "어머, 언니는 파마는 안한다더니 어디서 했어요?" "얼마 전에 한국에 다녀왔어요." "그래요?" 그러더니 파마한 흔적 조차 사라지게 다시 내 머리를 부실부실 층층을 만들어놨다. "어.. 나 어떻게 해요.." "드라이로 막 바람을 넣어봐요. 그럼 될걸? 아님 파마를 하던지." 헐! 이후 혼자 앞머리 혼자 자르기를 꽤나 오래했다.
-네, 아니요
갑자기 칠레국회도서관에서 인터뷰요청이 왔다. 카메라멘까지 와서 녹화를 한다니 그래도 뭔가를 하는 시늉은 해야 할 것 같았다. 얼마전 한국의 유명 헤어샵에서 왔는데 어쩌니 저쩌니들 하는 새로 생긴 한인촌 미장원에 갔다. 이 아저씨 좋은 점은 질문이 없다는 거였으나 그래도 궁금한건 못참겠던지 이것저것 물으려 나름 애를 썼다. 그러나 내 대답은 "네" 아니면 "아니오"가 전부. "여기 안사시나봐요" "네" "한인촌에서 장사 안하시나봐요" "네" "다른 일 하시나봐요" "네""파마는 안하시고 그냥 앞머리만 자르실 거에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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