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나의 칠레살이의 영원한 딜레마다. 김치 없이 밥을 먹으면 먹어도 먹은 것 같지가 않고, 한국식 김치를 집에 두면 냄새가 넓지도 않은 집 전체는 물론 옷이며 물건에 스며들어 난감하다. 한인촌에서 파는 김치는 가격도 비싸고 내 입맛에는 너무 맵다.
내 식대로 김치를 담가볼까? 그런데 칠레슈퍼마켓에 일명 '중국배추'라고 하는 배추가 보이긴 하는데 아주 가끔 보일 뿐이고 무는 조선무보다 가늘고 작고 바람든 무같다. 한인촌에는 한국식 배추와 무가 보이기도 하지만 그걸 혼자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 칠레에선 칠레식대로. 슈퍼마켓에 보이는 온갖 종류의 양배추와 상추를 응용해보기 시작했다. 미국에 사는 친구가 큰 통에 담긴 마늘가루를 보내주었다. 집에서 마늘을 다지면 파생될 충격파를 잘 아는 "외국살이동지"의 배려였다. 고춧가루와 까나리액젓 하나 쯤은 용서해주기로 했다. 생강가루, 양파가루, 각종 가루와 상추, 가끔은 오이를 곁들여, 그렇게 각종 김치샐러드가 탄생했다.
미국 교수님 내외분을 집에 초대했다. 한국인 사모님을 두신 덕에 교수님 또한 한국 음식을 잘 드셨다. 내 맘대로 김치를 보신 사모님, "어머, 이런 신기한 김치도 있네?", 내 맘대로 김치를 맛보신 사모님, "와, 먹을만해!!"
잘 먹고 잘 살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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