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 양 덕에 새록새록 기억 나는 종교탐방사가 또 있나니.
- 넌 채식주의자+불교도여야만 해
칠레에서 한국과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주제로 연구한답시고 칠레사람들이 동양을 주제로 하는 온갖 행사에 기웃기웃하다 쿤달리니 요가를 알게 되었다. 칠레에 처음 와서는 젓가락같이 마르더니만, 6개월 정도 지난 후부터는 지구다 좁다 싶게 살이 찌기 시작해서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안 찌기 위해)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어느 행사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가 마침 외국인들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강사였는데 크리스마스에 자기 집으로 오라고 불렀다. 그녀의 (여) 동생은 칠레 외교관이었는데 외교부 직원들 대상 요가교실이 여름 휴가철인 1, 2월엔 학생 수가 적어 폐강될 수가 있으니 와서 저렴한 가격에 요가도 하고 정족수도 채워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요가강사는 하얀 터번을 두르고 요가 시작하기 전/후에 꼭 만트라를 불렀다. 어느날인가는 자기 친구 (역시 요가강사)가 마사지를 하는데 특별 할인기간이니 가보라고 해서 갔더니만, 향을 피워놓고 간지러워 미칠 것 같은 마사지를 해줬다. 아.. 내가 어릴적 할머니 어깨 주물러 드린게 이것보단 낫지 싶었다. 3월 개학후 부터는 요가강사의 스승이 직접 강의한다는 요가교실이 마침 집근처에 있어 다니기 시작했다. 칠레에 쿤달리니 요가를 들여왔다는 아름다운 미국인 강사를 보니 열심히 하면 살이 빠질 것도 같았다. 그러나 주말반을 맡은 엄청나게 유연한 살집 든든한 칠레 강사들을 보면...... 요가강사들은 모두 채식주의자에 가톨릭에 회의를 품고 불교로 개종했음은 물론, 동양에서 온 나는 당연히 채식주의자에 불교라고 생각했다. 2월에는 남미 쿤달리니 합동 연수회가 있다고 해서 따라갔더니 하루 종일 내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짝을 지어 요가인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명상을 하고 콩고기 패드를 넣은 햄버거를 먹고 내가 보기엔 그냥 생강차인데 다들 감탄해 마지 않는 차를 마시며 내 영혼도 정화되었겠거니 했다.
- 참한 그녀
언젠가 기자단 통역으로 따라 온 한국여학생이 하도 참하고 괜찮아보여서 교민이냐 물어보니 아, 그게요... 여기서 공부해요? 하고 물어도 아..그게요.. (다른 교민들이 내게 묻듯) 어느 교회 다녀요? 하고 물어도 아, 그게요... 하길래 농담반 진담반 '통일요에요?'했더니 네.. 한다. 갑자기 기자들이 '와, 칠레에도 통일교가 있어요?'하고 질문공세를 시작하자 그녀는 아, 그게요.. 만 연발. '교회가 어디에 있어요?'하고 물으니 '아.. 어디어디 쯤에..'하고 흐물흐물한 답을 했다. 가끔 누가 통역을 소개해달라고 하면 참한 그녀를 떠올리는데 연락처를 받아두지 못한게 늘 아쉽다.
- 남반구의 풍수지리는?
연구한답시고 칠레 최고의 풍수지리전문가가 한다는 풍수지리 강의를 들으러갔다. 칠레는 남반구에 있으니 북반구 중국에서 쓰이는 풍수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게 전문가의 지론이었다. 고로, 북쪽은 남쪽으로 남쪽은 북쪽으로.. 하는 식으로 칠레식 풍수지리판도 보여주고, 사주를 볼 때에도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를 반으로 나누어 자는 오로 축은 미로 하는 식으로 태어난 년/월/일의 12간지를 달리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 시간은 어떻게 해야 하죠? 시간도 자시는 오시로, 축시는 미시로 해석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던게 화근. 전문가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강의가 끝나자 나를 동양에서 온 풍수전문가라 오해한 칠레아주머니들이 몰려들어 난 그 자리에서 줄행랑을 쳐야했다.
- 때가 되면
한국기업에 잠시 근무하던 분이 무슨무슨 지하철역에서 타로카드를 보는 아르헨티나여자가 정말 끝내주게 잘 맞춘다고 꼭 한번 가보라고 했다. "내가 칠레에 살아야 할까요, 한국에 가야 할까요?" "때가 되면 갈거야" "그 때가 언젠가요?" "글쎄, 카드에는 안보이는군. 언젠가는 갈거야." "전 그냥 계속 혼자 살까요 아니면 누굴 만날 수도 있을까요?" "때가 되면 만날거야." "그 때가 언젠가요?" "글쎄, 카드에는 안보이는데 언젠가는 만날거야." 에잇!
- 난 모든 도를 섭렵했어
꼭 (내 취향엔 요상한) fusion 식당으로 약속장소를 잡는 친구가 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약속장소에 갔더니 마침 이웃 친구가 온다고 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뭐 그러지.." 잠시 후 도착한 그녀의 친구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자기는 동양사상에 심취한 사람이라고 한다. "무슨 사상?" 하고 물으니 "풍수, 사주, 타로, 도교.. 난 모든 걸 두루 보려 노력하지." 옆에 있던 친구가 "이 친구가 그에 대한 책도 많이 썼다"고 추임새까지 넣는다. "그럼 사주 볼 때 영감으로 봐, 사주로 봐?"라고 묻자 전문가님 표정이 좀 어두워지며 이 얘기 저 얘기 아는 얘기는 다 풀어 놓느라 애를 썼다. 내가 양띠라고 하자 무슨 얘기 끝에 소띠와 양띠가 찰떡 궁합이라길래, "음.. 한국에서는 네 살 차이 궁합이 좋다고 하는데? 소띠랑 양띠는 안좋은거 아닌가?" "그래서 좋은거야. 서로 안좋으니까 자석같이 끌려서 결혼하는거야. 끝없이 싸우면서도 끌리는거야. 내 여동생도 그렇고 난 소띠와 양띠가 만나 지독하게 싸우며 사는 수많은 커플을 봤어." 내가 별로 수긍하는 것 같지 않자 그녀는 정말 지나치게 애를 쓰며 자기 지식을 내세우기 위해 애를 썼고, 나도 친구와 정작 할 얘기는 못하고 진이 빠지기 시작했다. 내가 대답을 시큰둥하게 하고 친구랑 원래 해야할 얘기에만 집중을 하자 계속 나를 노려보던 그녀가 "너 /// 년생 양띠지." "응" "너 내가 이거 어떻게 알아맞췄는지 궁금하지 않나? 난 영감으로 알아."
- 용하다는 그녀
오늘 오랫만에 요가교실 친구들을 만났더니 유명한 타로점쟁이가 있다고들 난리다. 그런데 너무 직접적으로 물으면 안된다나. "그럼 어떻게 물어?" "이러는게 나한테 좋을까요 저러는게 좋을까요 하고 물어야지 미래를 물어보면 안돼." 아니 그럼 가서 뭘 물어보라는거야!
산티아고종교탐방사 3
산티아고종교탐방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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