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September 21, 2011

이웃집 남자 6

-떨고 있니?
칠레에서 처음으로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했을 때다. 학회가 끝나고 웬 훌쭉한 청년이 다가와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을 건네는 손이 달달 떨리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부추겨 다같이 차나 한 잔 하러 가자고 했다.

-우연? 인연?
이후 우연히 학교에서 마주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나보다 열 살이 어렸고, 우연하게도 서로 생일이 같았다. 그는 이건 정말 대단한 우연이자 인연이라고 했다. 동양에서는 인연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냐고 강조하면서.

산티아고에서 꼭 가봐야 할 중요한 곳들을 열거해 주길래 열심히 적고 주말마다 그가 말해 준 곳을 "혼자" 잘도 찾아다녔다. (칠레 친구들 왈, 아니 데려가 달라고 해야지 이 바보야!) 그러더니 하루는 오랜 이태리 이민 가족이 운영하는 유명한 피자집으로 날 초대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전공 얘기만 해서 여자애가 싫다고 한 얘기를 비롯한 정말 무지하게 지루하고 재미없는 얘기를 늘어놓았다.

이후 몇 년간 그를 볼 일이 없었는데 얼마 전 학교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무슨 기관에서 일하다 박사과정에 들어왔다고 한다. 아직도 내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고, 자기 이제 여자 친구도 있다면서 "나 이제 애기 아니야" 한다.

칠레 친구들, "야, 야, 그거 신호야 신호. 이제 애기 아니니까 잘 해 보자는 거잖아, 야, 야" 난리가 났다.  "여자 친구 있다잖니. 애도 어리고." "어머어머 어리면 좋지 뭘 그래. 너 '흔들기' 몰라?"

흔들기라... 근데 어쩌니, 누나가 너랑 별로 놀 맘이 없어서. 칠레 친구들 왈, "넌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 어쩌니..."

이웃집 남자 7
이웃집 남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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