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ugust 24, 2012

못난이의 도전 62

교환학생으로 칠레에 온 한국학생들은 7월 겨울(!!!!)방학이 되면
대부분 칠레 북쪽과 페루, 볼리비아 등을 여행한다. 어느해 7월, 한국교환학생 N과 M이 버스터미널이라며 전화를 했다. "교수님 지금 댁에 계세요?"

잠시 후 집에 들어선 둘은 말그대로 꼴이 말이 아니었다. 몇 주를 50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돌아다녀 지치고 주룩주룩 겨울비는 내리는데 양말 빤 것이 남은 것이 없다고 맨발로 슬리퍼를 끌고..... 얼른 샤워부터 하라고 욕실로 밀어 넣고 나는 어느새 밥을 앉히고 있었다. (속으로는 내가 말렸어! 말렸어! 하면서...)

그런데 정신없이 밥을 먹은 N과 M이 집에 갈 생각을 안했다. 어둑어둑 해가 지기 시작하자 슬금슬금 눈치를 보던 둘은 "교수님 실은요... 집주인이 집열쇠를 내일 준대요.. 그래서 오늘 잘 곳이 없어요..."

이런 괘씸한 녀석들이 있나, 아니 그럼 미리 말을 할 것이지, 라는 말을 하기에는 아이들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고 날은 춥고 비는 오고... "내가 또 말렸어" 하면서 어느새 전기장판을 깔아 주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도 둘은 일어날 생각을 안(못?)하고 잠만 잤다. 내가 넓지도 않은 집에서 왔다갔다 하는대도 꿈틀도 하지 않고 잠만 잤다. 아니 얘들이 뭐야.. 하면서 나는 또 어느새 아침에 먹일 국을 끓이고 있었다.

느즈막히 일어난 녀석들은 슬금슬금 또 눈치를 보더니 "이거요.. 선물이에요, 페루에서 사왔어요"하며 주방장갑을 내밀었다. (아이고야...)

그러던 N이 외국항공사의 승무원이 되었다고 한다. 타지에 가서 고된 훈련을 받고, 비행마다 팀도 달라지고 팀멤버가 달라지니 분위기도 달라지고 분위기가 달라지니 매번 다른 방식으로 적응해야 하는게 너무 어렵다고 한다. 게다가 목적지마다 달라지는 손님들의 취향까지 맞춰야 한다니 그 어려움이 짐작이 된다. 잘 곳이 없으니 하루만 재워달라는 소리도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하던 N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문화탐방을 하고 산다는 소리를 들으니 신통하고 신기하면서도 안쓰러웠다. 그러나 앞으로 더 멀리, 더 높이 날아갈 멋진 앞날을 위해, 순간의 어려움쯤은 다 이겨낼 것이 분명한 N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2 comments:

Jin Kim said...

교수님!!! 오늘 쉬는 날이라 맘잡고(?) 교수님 글들 쭉 읽고있었는데 이 글을 제가 왜 이제 봤을까요?! 헤헤 이 글 저와 선미의 궁상여행시절 이야기죠??ㅎㅎㅎ저희가 이렇게나 궁상뻔뻔이었다니ㅎㅎ벌써 이게 2년전 이야기네요ㅎ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교수님! 거기다가 마지막 덕담까지... 마음이 찡-해요..ㅎ계속 유쾌하고 좋은글들 써주세요:) - 공식카타르팬 진이올림

Wonjung Min 민원정 said...

고맙습니다 라는 말조차도 절절매고 제대로 못하던 네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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