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칠레가톨릭대학교의 평생교육과정에는 60세 이상 노인들만을 위한 과정이 있다.
아시아학센터에서도 이 과정에 '아시아문화탐방' 팀티칭 코스를 마련했다. 내 차례가 되어 가보니 '전 변호사', '전 교수', '전 교사', '전.....' 등등 다들 '전'에 한자리씩 하시던 귀태나는 노인들이 학생들이었다. 나를 꼬박꼬박 '교수님'이라고 부르며 존칭을 쓰시는 분, "나는 혼자 걸어다닐 수가 없어 우리 손녀와 같이 왔는데 우리 손녀가 같이 수업을 들어도 되겠죠?"라고 하시는 여든이 넘은 분...
내가 맡은 시간은 하루에 한 시간 반씩 이틀 뿐이라 좀 일반적인 내용을 준비했는데, 다들 좀더 심화학습을 해달라고 난리였다. 어찌나 욕심들이 많으신지 '본전 제대로 뽑으리라' 각오를 하신 분들 같았다. 첫 시간에 설명한 일반적인 내용을 심화해달라며 쏟아지는 질문.. 이쪽에서 '그럼 교육은?'하고 물으면 저쪽에서 '남북문제는?', 그리고 다른쪽에서 또 다른 질문을 하는 식이었으나 신기하게도 전혀 이상한 분위기가 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수업이 흘렀다. (각자 자기 얘기 열심히 하면서도 분위기 안깨지는 아줌마들의 수다를 듣는 기분이랄까)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게 수업이 끝났는데, 아니, 이젠 또 수업내용을 정리해서 나눠달란다. 마침 한국홍보자료가 있어 나눠드렸더니 그래도 또 필기를 해달란다. "이 수업은 시험이 없지 않나요?" "시험은 없지만...." 아.. 도대체 어디까지 해드려야 하나...
필기 대신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몇몇 사이트 주소를 단체메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담당자의 답, "그런데 모두가 이메일이 있는게 아니라고 필기를 보내달라는데요?"
1 comment:
아... 술 화~악 깨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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