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에 한국에 잠시 간다고 하니 아는 분께서 느닷없이 누굴 소개해주겠다고 하셨다.
누굴 소개 받는다는거 자체가 너무 오랫만의 일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적잖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살짝 호기심이 갔다. 끌리거나, 반하거나, 떨리거나.. 그런 감정은 안들었지만, 우리 나이에 말 통하는 싱글을 만났다는거 자체가 나름 신선했다. (우리 또래에 사회생활하며 만나게 되는 적당히 말 통하는 남자들은 대부분 남의 남자 아닌가)
애프터 신청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모호한 만남을 한 번 더 갖고 나는 칠레로 돌아왔고, 이후에는 여차저차 이러쿵저러쿵 흐지부지하게 "그"는 "이웃집 남자"가 되었다.
그런데 내가 여차저차 이러쿵저러쿵 흐지부하게 "이웃집 남자"가 된 "그"에 대한 얘기를 하며 "그"가 좋았던 건지 "그 상황'이 좋았던 건지 헷갈린다고 하자 한국/칠레 친구들의 반응은 참 달랐다.
한국친구들) "소개해준 분에 대한 예의도 있고 하니 한 번 더 만난거지 뭐" "자기 기준에 부합하는게 몇 가지 있었나보지. 그런데 나머지는 부합을 안하나보지" "외국에 혼자 살고 게다가 남미에 산다니 자유분방하지 않을까, 잘하면 뭐 하루 잘 놀 수 있지 않을까,혹시 그런 생각 한거 아닐까?" "소개팅을 했을 때에는 자기랑 어느 정도 맞는지 맞출 수 있는지 맘 속에 저울질을 해보는 거잖아요. 좋은 친구는 쉽지 않아요. 만남에도 목적이 있죠.'
한국친구들의 얘기를 들으며 새삼 내가 한국을 떠난지 꽤나 오래 되었나보다는 생각을 했다. 난 꼭 결혼을 해야 한다기보다 그냥 말이 통하면 이야기를 하는거고, 좋은 친구가 되는거고, 다음 일은 다음 일이었다. 어쩌다 한두번 본 사람을 저울질 할 (해야 한다는) 생각은 못했다.
그렇구나.... 목적이 있구나.. 그냥 좋으면 있는 그대로 좋은 거라 단순하게 생각하면 한국사람들과 사회를 이해하기 꽤나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친구는 한국에서는 단순한 호의도 How nice of you!로 끝나지 않는다고, 내 친절을 받은 상대방은 여러 생각을 한다고도 했다.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해석을 다는 한국식 대화는 재미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웠다. 나도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말이다.
칠레친구들은 그랬다. "끌리니까 만난거고, 안맞으니까 끝난거지" 난 이 말이 더 좋다.
이웃집 남자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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