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보호
연수 차 칠레에 와 있던 P내외는 가끔 금요일 밤에 와인 한 병을 들고 오곤 했다.
"아니 내가 혹시라도 누구랑 같이 있으면 어쩌려고 금요일 밤마다 불쑥불쑥 오는거야?" 내가 장난삼아 한 소리 하면 "우리가 언니를 보호해야 하거든. 누구랑 같이 있으면 어떤 놈인지 우리가 심사도 해야해" 해서 많이 웃었다. "아니 와인 한 병 들고 와서 세 병 마시고 가는게 어딨어?"하면 "오늘은 안주가 왜 이렇게 부실해?" 밉지 않게 서로 구박해가며 지내다보니 나도 모르게 목요일 저녁이 되면 안주할게 뭐 있나? 생각하게 되곤 했다.
내가 이사한다고 육계장을 끓여오고, 영양보충하라고 불러 삼겹살파티해주고, 김치 담갔다고 가져다주고.... P내외가 칠레에 있던 무렵에 나는 초기에 비하면 제법 사람 사는 것 같이 산다고 느낄 무렵이었지만 P내외는 늘 혼자 있는 나를 안그런척하며 걱정해주곤 했다.
혼자서는 절대로 술 마시지 않기가 나 나름의 자기관리원칙이라, 생각해보면 P내외가 있을 때 와인도 가장 자주 마셨던 것 같다. 오늘 "와인 마시며 깔깔거리던 그 순간이 매우 행복했었다는 것을, 왜 우리는 항상 시간을 떠나 보낸 뒤에야 깨닫게 되는건지..."라는 그녀의 메일을 받으니 별일 아닌 것에도 깔깔대던 그 시간이,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 해준 P가 무척이나 보고싶다.
잘 먹고 잘 살기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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