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성당에서 나오는데 어느 노신사가 나를 불렀다.
자기는 전직 미국해군이었는데 퇴직 후 칠레에 와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성당에서 동양인을 보기는 처음이라 날 불렀다고 했다. 해군에 있는 동안 한/중/일을 여러 차례 가보았다고 했고 이러저런 지명을 대는데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왜 칠레에 왔냐고 하니 인생은 늘 예측불허고 나이가 들면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해보고 싶은 열망이 더욱 강해진다는 애매모호한 말을 했다. 그러는 너는 왜 칠레에 왔냐고 묻는데, 하긴, 나도 뾰족하게 해줄 수 있는 답이 없었다. 인생은 예측불허니까.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받았는데 어디 적어두었는지 잊어버렸고 성당에서도 보이지 않아 이후 그 노신사를 만나지는 못했다. 오늘 성당에서 비슷한 노신사를 보니 문득 예측불허한 그의 인생이 지금은 어디를 가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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