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October 8, 2011

다시 대한민국 국민이 되다 3

이태리 (여)교수와 연구실을 쓸 때다. 자기 집에 놀러오라고 해서 갔더니 온통 이태리 사람들 뿐이었다. 산티아고에 있는 이태리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는 집주인의 남자친구
(라고 하기에는 할아버지인.. 어쨌든)가 이태리에서 잠시 놀러왔다면서 직접 반죽한 파스타로 만든 스파게티를 요리했다.

다들 나 하나 때문에 스페인어 대화를 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이태리 억양이 잔뜩 섞인 그들의 스페인어는 내게는 이태리어로 들렸다) 공통의 화제가 별로 없다보니 어찌어찌 얘기가 축구로 흘러갔다. 월드컵 얘기가 나오면서 갑자기 스파게티를 요리한 이태리 아저씨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불공정한 심판을 해서 이태리가 탈락했다고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얼굴이 욹으락붉으락하더니 그때부턴 이태리어로 #$%^*((OOP{{/ .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설프게 알아듣는 이태리어로 "안정환 그 X도 팀에서 잘 쫓아냈어"하는 것 같았다.

이태리 사람들 6명 사이에 끼어, 축구에 대해서도 잘 몰라 심판이 공정했다고 증명할 능력도 없이, 나는 나를 방어해야 할 지, 안정환 선수를 방어해야 할 지, 우리나라를 방어해야 할 지 몰라 울지도 못하고 울먹이고 있었다.

1 comment:

Anonymous said...

ㅋㅋㅋ 이태리 놈들 이미 북한한테 한번 발렸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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