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서 오래 지내다보니 체질도 바뀌는 모양이었다. 머릿결도, 체형도 살짝살짝 변해가는걸 느낀다. 칠레사람들 이러이러한거 흉보다 나도 닮는 꼴이다. 그 중 하나가 알레르기다. 다들 알레르기를 달고 살면서 이게 다 공해 때문이다, 무슨무슨 나무 때문이다 하는걸 들으며 슬쩍 비웃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6-8월 겨울에 오는 시늉만 하는 비를 제외하고는 1년 내내 건조한 탓인지, 공해탓인지, 정말 그 나무 탓인지 나도 점점 알레르기가 심해졌다.
친구들이 추천해주는 약을 먹고 몇 년은 괜찮더니만 하루는 일을 하는데 왼쪽에서만 눈물 콧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병원에 가야 하나 하면 멈추고, 괜찮나 싶으면 다시... 친구가 호두 비슷한 열매로 만든 목걸이를 해보라고 했다. 에이... 했는데 학교에 가보니 학생들 몇 명이 목걸이를 하고 있다. 무슨무슨 약국에 가서 사면 된다, 슈퍼에 가서 사서 그냥 속옷에 넣고 다녀라 친구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이 한 친구가 가지고 있던 목걸이를 주었다. 알레르기가 다 낳은 것 같다. 기분인가? 어쨌든 신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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