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anuary 2, 2012

이웃집 남자 26

한국에서 잘해주시던 (여)선생님께서 가끔 칠레로 전화를 하셨다. 내가 한국을 떠난 이유가 혹시 남자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남자 때문이라고 굳건하게 믿고 있는) 티가 지나치게 나는 안부전화였다.

전화는 주로 금요일 저녁에 왔다. "어머 주말 저녁인데 집에 있나봐?"가 첫마디였다. 외출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다음엔 "누구랑 같이 있는데 내가 괜히 전화했나?".

아는 후배에게 이 얘기를 해주었더니 "소설 하나 쓰시죠" 한다. "뭐라고 써?" "가상의 인물을 하나 만드세요. 나이는 샘 (나)보다 서너살 어리고 ... 박사에 칠레 ... 정부기관에서 일하고 성씨는 이태리성  Solari로.." 우리는 각본을 완성했다.

얼마 후 금요일 저녁, 어김없이 전화가 왔다. 안부를 묻는데 갑자기 TV에서 소리가 났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 누구랑 같이 있나봐..." 이 때를 놓칠소냐, "네." 너무나 조심스럽게,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물어봐도 될까?" 캬.. 드디어 각본이 영화화 되는 날이 온거다.

요즘도 각본후배는 가끔 내게 "이제 Solari 찾으셨어요?"하고 농담반 진담반 묻는다. 어디 계신가요, Solari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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