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pril 2, 2012

이웃집 남자 38

한국에 가면 고등학생 조카 (남)을 데리고 찜질방에 간다. 늦은 시간 여드름 가득한 녀석을 데리고 찜질방에 갔는데 녀석이 내게 "고모, 고모" 하는 것을 보고 카운터에서 일하시는 분께서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게다가 나는 조카가 예뻐서 징그럽다고 뿌리치는 녀석의 팔짱까지 꼭 끼고 다닌다) "어머, 고모세요?" "네" "어머.. 고모랑 오시는 분은 없던데...." "그럼 누구랑 와요?" "호호, 보통은 이모랑 오죠." 아니 이 의미심장한 미소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아는 언니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노는 아줌마들이 어린애들을 데리고 오나. 아마 요새는 이모에서 고모로 호칭이 바뀐 걸로 알겠다, 얘" 해서 다들 까르르 웃었다.

(역시 한국에서) 아는 분께서 내가 해외에서 온 학자라고 해설자가 딸린 서울시내 관광프로그램에 데리고 가 주셨다. 그런데  우리를 본 안내자분은 대뜸, "어머, 애들은 어떻게 하고 두 분만 오셨어요?" 하셨다.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는 물어봐주지도 않는다) 졸지에 집에 애들 두고 나온 부부가 된 우리는 "네?" 하고 깔깔 웃었다.

칠레에서 내가 어디에 누구와 갔다고 둘이 무슨 사이냐는 질문을 받는 일이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간혹 정말 궁금하면 직접 묻기는 해도 졸지에 '어린 녀석 데리고 노는 이모(?)'나 '애들 집에 두고 나온 부부'를 만드는 일은 없지 싶다.

관계의 정립. 한국이 주는 불멸의 재미다.

이웃집 남자 39
이웃집 남자 37

2 comments:

Oldman said...

재미 있네요. ^^

얼마전 온라인동아일보 메인페이지에 크게 실린 님의 기사 잘 읽었습니다.

Wonjung Min 민원정 said...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동아일보 임팩트가 크군요.. 멀리 미국에서까지 보시다니요.. 부끄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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