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pril 15, 2012

잘 먹고 잘 살기 36

칠레에서 병원가는 일은 한국과 좀 차이가 있다
. 우선 사보험과 국가보험, 두 가지가 있는데 병원에 따라 그리고 의사에 따라 취급하는 보험에 차이가 있다. 사보험만 취급하는 병원의 경우에도 특정 회사 보험만을 차별적으로 받는 경우도 많다. 동네병원도 꼭 예약을 하고 가야 하고 국가보험의 경우 가기 전에 bono라는 티켓을 끊어 가야 한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한국에서 가지고 온 상비약을 먹거나 근처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도 구입 가능한 약을 먹는다.

몇년 전 학기말 한쪽 눈의 실핏줄이 터져 한동안 토끼눈을 하고 다녔는데, 병원 (바로 우리집 앞에 있는!) 예약하고 bono 사고 기다리다 정작 병원에 갈 때쯤엔 거의 다 나은 상태였던 적이 있다. 눈이 다 나았는가 싶었더니만 콧물이 나다가 나중엔 귀까지 멍멍할 정도여서 참다 참다 병원에 갔는데, 역시 예약하고 bono 사고...... 내가 안아프고 말지... 그러나 그게 어디 맘대로 되는가.

칠레살이에서 내 최고의 약은 "아프지 말아야 한다, 아프면 돌봐줄 사람이 없다'를 10번 곱씹으면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효과 또한 기가 막히다) 차선책은 꿀물에 레몬슬라이스를 넣어 마시는 것이다. 칠레에는 꿀 종류도 다양하고 설탕꿀은 보기 힘들다. 피곤할 때 레몬꿀물이야 말로 최고의 비타민이다.

꿀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이것저것 먹어보고 내 입맛에 가장 잘 맞는 것을 자주 사먹곤 하는데, 이 상표는 처음에 병이 예뻐서 나중에 양념통으로 사용하려고 사먹다 맛을 들인 꿀이다. (우리집 부엌 찬장을 열면 온갖 양념이 다 이 병에 담겨 있다) 어느날 우리집에 놀러 온 한국교환학생이 "교수님 이 꿀이 제일 맛있는 거에요?" 하길래 "병이 예쁘잖아" 했더니 얼마나 뻘쭘해 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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