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한국에서 열리는 학회에 가보면 외국에서 일하는 한국사람들은 대번에 가무잡잡한 얼굴이 눈에 띈다.
별로 멋부리지 않는 친구들조차도 기본적인 박피, 레이저, 필러, 보톡스 등을 일상 대화의 주제로 삼기를 낯설어 하지 않는다.
칠레살이 만 8년 동안 얼굴은 타고, 점, 잡티로 뒤덮이고... 가끔 한국에 가면 나도 점을 빼고 올까? 하지만 돌아와서 칠레의 땡볕을 감당할 엄두가 좀체로 나지 않아 관두자, 하고 오곤 한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가 "그래도 한국 온 김에 점이라도 빼고 가. 레이저 정도는 괜찮잖아" 하길래 "그래볼까" 하는 유혹에 동네피부과에 갔다. 수년에 걸쳐 (장장 만 8년) 검게 그을린 얼굴을 보고 간호사는 '큰 건'을 잡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머, 점, 잡티.. 상당하시네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아주 기본적인 것만 해도.... 흠.... 총체적 난국이시네요. 선크림 안바르세요?" "발라요. 발라도 제가 사는 곳이 햇볕이 워낙 강해요." "그러면 좀 강한 것으로 바르세요." "네, SPF 50 이상으로 발라요. 발라서 겨우 이 정도에요." "흠.. 이것도 빼야 하고 저것도 빼야 하고.. 뭣도 하시면 좋을텐데....."
아서라 말아라. 난 총체적 난국 상태로 다시 칠레 땡볕으로 돌아왔다.
칠레미장원탐방기 11
칠레미장원탐방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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