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학생 R은 아시아에 관심이 많고 똘똘한 학생이다.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가고 싶다고 제법 진지하게 나와 의논도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R의 부모님께서 한국으로 가는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결사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언제 전쟁날지 모르는 나라에 왜 가냐고, 그리고 그렇게 작은 나라에 뭐하러 가냐고... R은 나를 찾아와, 대신 부모님께서 일본행을 권하셨노라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60년을 전쟁이 날 듯 안나는, 그리고 안 날 것으로 보이는 나라와, 방사능오염물질이 득실득실한 나라 중 어디가 더 나은지 한번 여쭤보라고 했다. R과 그의 부모님은 전쟁보다 방사능오염을 택했다. 아쉽고, 화도 나고, 그러나 화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오래 전에 약속한 일이라 R에게 추천서를 써주었다. "일본이 당면한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택한, 일본을 진정 사랑하는 학생입니다."
그들의 도전 93
그들의 도전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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