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대학 졸업식은 한국과 약간 다르다.
우선 학생들이 학과과정을 마친 후 졸업시험을 보고 졸업논문을 준비해 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학기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3월에 시작하지만 졸업식은 보통 6월 말에 한다. 그리고 대학 전체가 졸업식을 하지 않고 학과별로 졸업식을 한다. 그리고 학과 교수들이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졸업증서를 수여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칠레가톨릭대학교 역사학과의 경우 졸업생들이 자기가 졸업장을 받고 싶은 교수를 신청한다. 교수들 사정을 고려해 학생들은 1순위 2순위로 원하는 교수 이름을 적어낸다.
어느날 학과비서가 내게 졸업식에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어느 학생이 졸업장을 받고 싶은 교수로 나를 신청했다는 거다. 그 학생이 전에 내 수업을 들었고, 한국학논문대회에서 상도 탔고, 한국학세미나 때 Junior Panel에도 참가한 것이야 뭐 그렇다고 쳐도, 학과 내 쟁쟁한 교수들을 두고 나를 선택한 것은 의외였다.
대학졸업식은 그저 친구들과 사진 찍은 기억 밖에 없는 내게 칠레의 졸업식은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어느 교수는 한 명에게, 어느 교수는 열 명에게, 어느 교수는 아무에게도 졸업장을 주건 안주건, 그런 걸 신경쓰는 교수는 없었다.
사회자는 학생들이 신청한 교수들의 성을 알파벳 순서로 호명하고, 해당 교수에게 졸업증서 수여를 신청한 학생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나를 신청한 학생은 꽤나 예쁘고 섹시한 여학생이다. 갑자기 동양인 교수의 이름이 불리우고 언제나처럼 예쁘고 졸업식이니만큼 더 화려하게 차려 입은 그녀가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졌다.
칠레사람들과 잘 지내면서도 나만이 유일한 동양인일 경우가 많은 이런저런 모임에서 문득문득 느껴지는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역시나 나만이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졸업식에서, 이 학교에 몸 담은 이후 처음으로 학생에게 졸업증서를 수여하며 내 외로움은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칠레에는 PUC대학과 가톨릭대학이 있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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