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인턴쉽으로 왔던 J양은 처음엔 나를 '만만한 여자교수님'으로 그리고 이후엔 '무서운 교수님'으로 그리고 이제는 '친한 선생님'으로 대한다.
나는 지금도 이 녀석이 칠레에 온 지 얼마 안되어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나 웃을 때가 있다. "외국에서 3년 이상 혼자 밥벌이를 한 여자는 함부로 건드리면 안된대요." 그러나 요즘은 가끔 한국에서 만나면 내가 그냥 이런저런 일을 얘기하는데도 "샘 힘들어서 어떻게 해요" 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모 신문에 난 인터뷰기사를 보고 전에 칠레를 다녀가신 분께서 "그 이면에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맘이 짠하다"고 하셨다. 한국에서 어느 "그"가 나를 무섭다고 했다고 하니 "아마 칠레에선 칠레 모드로 바뀌어 그럴 겁니다. 그러지 않음 살아남기 힘든데.. 칠레를 겪어보지 않고 그런 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 힘들죠" 하셨다.
어느덧 내게 칠레는 잠시라도 맘을 느슨하게 먹으면 안되는 전쟁터 같은 삶의 터전이 되었고 어쩌다 가는 한국은 오랫만에 우리말 실컷 하고 우리 음식 실컷 먹고 마냥 즐거운 곳이 되었다. 그러니 나는 한국에선 "마냥 신나고 즐거운, 그리고 가끔은 여성스럽기도 한", 그러나 칠레에서는 의식적/무의식적으로 하는 (그리고 해야 하는) 긴장으로 똘똘 뭉쳐 "무서운 여자"가 되는, 한국모드의 나든, 칠레모드의 나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나를 무서워하지 않는 "그"를 만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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