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학교에서 아시아학 관련 일을 하고 있는 교수가 난데없이 채팅으로 말을 걸고 "아직 학교야? 우리 저녁 먹으러 갈까?" 했다.
'얘가 왜 이래....' 하는 생각도 들고 다른 일을 하고 있기도 해서 "좀 바쁜데.." 했는데 눈치가 내가 튕기는 걸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뭐 먹고 싶어? 중국 음식? 이태리음식?" "나 지금 바쁘다니까.." "하하, 뭐 먹고 싶은지 말해봐." 아니 이게 무슨 황당한 시츄냐 말이다.
며칠 후 그는 또 말을 걸고 "지금도 학교니? 우리 오늘 저녁 뭐 먹을까?" 한다. '아.. 내가 얘랑 이렇게 친한 사이였던가? 그저 얼굴이나 아는 정도인데... 아시아관련된 일을 하니 facebook 친구가 된 것 뿐인데.. 이게 뭐지?'
그가 또다시 저녁을 먹자고 하더니 "참, 생일카드 고마워" 한다. "무슨 생일카드? 내가 너한테 생일카드를 보냈어?" "응, 난 네가 특별히 정성을 들여 보낸 걸로 생각했는데?" '아니 이건 또 뭔가...'
페이스북에는 아마 친구들에게 자동으로 생일카드를 보내는 기능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마도 컴맹에 근접한 내(?)가 무슨 app 기능을 아무 생각 없이 누른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 그는 내가 슬쩍 고백이라도 한 것으로 생각하고, 거듭되는 저녁식사 청을 거절하는 것은 내가 내숭 떨며 튕기는 거라 여긴 것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내숭? 그딴 것과 몇 만리는 떨어져 있다는 것을 잘 안다..)
할 수 없다. 실은 나도 모르는 무슨 기능이 있던 모양이라고 털어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 저녁 먹으러 갈 거라는 소리를 두어 번은 더 물었다. 그런데 그때는 온갖 일이 겹쳐 내가 홀딱 반한 남자가 밥 먹으러 가자고 해도 시간을 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다음 달은 되어야 시간이 된다고 하자 그는 "너는 거절하는 방법도 너무 외교적이야"라고 했다. 그러더니 그럼 다음달에 보자고 한다.
어째 칠레에서 만나는 남자들은 죄다 똥파리 아니면 스토커냐고 투덜대니 (한국)친구 왈, "다들 멀쩡한 놈들이야. 네 눈에 안드니까 똥파리/스토커로 보이는거지. 멀쩡한 놈들 똥파리 만들지 마라"고 했다. 한 학기 이상 나를 옆에서 본 교환학생 S는 "교수님은 심심하실 틈이 없으시겠어요."하며 재미있어 했다. 네가 겪어봐라, 이게 영 재미있기만 한지... 한대 콕 쥐어박아주고 싶다. 나를 멀쩡한 놈들 이상한 놈들로 만든다고 야단친 친구는 한 술 더 뜬다. "네가 거기서 치열하게 사느라 많이 변했지... 생긴대로 살거고 그런 자신 좋아하는 놈이면 좋겠다지만 그런 놈이 있더라도 확률이 너무 낮아. 내숭도 좀 떨어야 똥파리가 안꼬이는 거야."
그래.. 고의였던 실수였던 "그"가 내 맘에 들었다면 이런 영화같은 일이~~ 하며 황홀해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페이스북생일카드가 맺어준 인연이라고 감동하며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일단, 이 황당한 저녁식사초대는 무조건 피하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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