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ne 5, 2012

칠레에는 PUC대학과 가톨릭대학이 있다 4

좀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아주 획기적인(?) 조기교육의 산물이다.


우선, 암산은 어릴적 오빠와 나를 돌봐주시던 친척아주머니로부터 배웠다. 아주머니께서는 화투로 갑오떼기라는 걸 하셨다. '갑오'란 아홉끝을 말하는 것으로 똥과 비를 제외한 화투장을 아래로 다섯 장을 놓고 각 열에 놓여진 화투장 중 석 장의 합이 9, 19, 29일때 석 장을 거둬들이는데 화투장을 모두 거둬들일 때까지 하는 놀이이다. 다 거둬들인 화투장은 다시 위에 네 열, 아래에 네 열로 놓고 각 묶음에서 석 장의 합이 10, 20, 30.. 이 되는 것을 치운 나머지 끝수를 합하는 것인데 아주머니는 그 합으로 그 날의 운세를 점치곤 하셨다.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아주머니 옆에서 암산을 해드려야 했다.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해주셨으므로)

아주머니는 또 매일같이 AFKN을 틀어놓으셨다. 영어를 못하시면서도 그 당시 매일 방영하던 General Hospital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아니 쟤는 어제는 저 남자랑 뽀뽀를 하더니 오늘은 누구랑 어쩌고 저쩌꼬..." 보이는 화면만으로 내용을 어림잡으셨다. 어릴때 아주머니 옆에서 AFKN을 시청하며 나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말들을 중얼중얼 따라하곤 했다. (내가 그 드라마 제목을 아직도 기억하는 것을 보라!^*)

암산(?)과 영어청취(?)가 끝나면 나는 집 앞 골목에서 동네친구들과 공기, 땅따먹기, 고무줄을 정말 열심히 했다. 소꿉장난이나 인형놀이는 시시했다. 해가 어둑어둑해지면 집에 들어가 오빠가 읽던 책들을 열심히 읽었다. 한글은 오빠가 즐겨 큰소리로 읽던 '황금박쥐'를 옆에서 듣고 보면서 떼었다. (지금도 그 책의 몇몇 장면들이 눈에 선하다)

가끔 학생들에게 한국의 공기와 윷놀이를 가르쳐준다.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설명하면서 주한미군부대와 AFKN에 대해 얘기해주기도 한다. 이제는 동네에서 공기, 땅따먹기, 고무줄을 하는 어린아이들을 볼 수 없는 대신 온라인게임이 얼마나 발전했는가에 대한 얘기를 할 때도 있다. 학생들이 좀 지루해한다 싶으면 어릴 적 읽은 책들을 기억해가며 이러저런 옛날 이야기를 해준다. 물론, 이게 다 내가 어릴적 놀던 가락(?)의 산물이라는 것은 비밀이다. (심지어 고등학교 때에도 공부는 안하고 소설책만 읽었다는 것은 더더욱...) 그리고 갑오떼기는 절대로! 가르쳐주지 않는다.


칠레에는 PUC대학과 가톨릭대학이 있다 5
칠레에는 PUC대학과 가톨릭대학이 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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