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지진나고 난 직후 사진이다.
마루에 달린 등이 바로 저렇게 깨졌더랬다. 나중에 길이를 재어보니 26 센치던가 그랬다. 아파트에 내진설계가 되어 있어 건물 전체가 흔들흔들 춤을 추면서 등이 천정에 닿아 깨진 것인데 신기하게도 찬장에 있던 그릇이며 와인잔이며는 멀쩡했다.
한국에 가면 다들 '지진'이 어땠냐고 물어보는데 더 무어라 말하기도 귀찮을때 저 사진을 보여주거나/보내주거나 했었다. 저 정도로 흔들거리는 아파트에서 놀랐던 느낌을 다시 떠올리기가 싫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칠레에서 살면서 가장 놀랐을 때/무서웠을 때가 언제였을까. 30일에 만나 집열쇠 넘겨주려고 했더니 집주인이 시간 없다고 1일에 만나자고 해놓고는 난데없이 오늘이 1일이니 한달치 집세 더 내고 나가라고, 안내면 못나가게 하겠다고 해서 거의 갇힐 뻔한 때였을까? 핸드백을 통째로 소매치기 당해서 3주간을 신분증/신용카드 아무 것도 없이 지냈던 때였을까? 지진으로 흔들리는 아파트에서 어리둥절하다 어두운 계단을 따라 13층에서 1층까지 피난(?)가던 때였을까? 아니, 나가려고 하는데 대문이 안 열렸을 때였을까?
그러나 놀라고 무서웠던 것보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그 모든 것들은 다 지나간 일이고 난 지금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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