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잡일을 시키시지도 않으셨다. 교수님 못 뵌 동안 제법 공부를 해 둔게 있을 땐 오시기가 무섭게 질문이 쏟아졌지만, 조금 꾀라도 부린 후에 교수님을 뵈면 아무 말씀도 안하시는게 더 눈치가 보였다. 연구실을 나가시며 '잘 되가나?' 하고 물으실 땐 쥐구멍이라도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 이 '잘 되가나?' 덕분에 박사논문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잘 되가나?'를 이제 내가 애용(?)하고 있다. 저 녀석은 쓸만하네, 한국학논문대회에 나가면 제법 쓰겠네 싶은 녀석들을 살살 꼬신(?) 후 종종 '잘 되가니?'하고 묻는다. 여학생들은 "아, 교수님, 일단 시험 끝나고 생각할 거에요"라고 징징거리기도 하지만, 이 '잘 되가니' 효과, 아주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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