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ly 20, 2013

못난이의 도전 110

박사논문을 쓸 때 지도교수님께서는 가끔 연구실에 '나타나시기'만 했다.
다른 잡일을 시키시지도 않으셨다. 교수님 못 뵌 동안 제법 공부를 해 둔게 있을 땐 오시기가 무섭게 질문이 쏟아졌지만, 조금 꾀라도 부린 후에 교수님을 뵈면 아무 말씀도 안하시는게 더 눈치가 보였다. 연구실을 나가시며 '잘 되가나?' 하고 물으실 땐 쥐구멍이라도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 이 '잘 되가나?' 덕분에 박사논문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잘 되가나?'를 이제 내가 애용(?)하고 있다. 저 녀석은 쓸만하네, 한국학논문대회에 나가면 제법 쓰겠네 싶은 녀석들을 살살 꼬신(?) 후 종종 '잘 되가니?'하고 묻는다. 여학생들은 "아, 교수님, 일단 시험 끝나고 생각할 거에요"라고 징징거리기도 하지만, 이 '잘 되가니' 효과, 아주 괜찮다.

그런데 정작 나는 지도교수님께 연락도 못(안)드리고 살고 있다.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면서도 말이다.

못난이의 도전 111
못난이의 도전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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