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rch 25, 2013

일주일 그리고 또 일주일 39

2013년 2월 여름방학 중 바라 본 한국 겨울 단상 22
한국에 가면 짬이 날 때마다 한국드라마 몇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차로 잠 안오는 어느 새벽,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내가 좋아하는 김수현 작가의 신작 드라마 한 편을 보기 시작했다.

언어의 마술사, 그런건 차치하고, 나는 그녀의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살림살이 구경을 좋아한다. 봉건적 대가족 안에서 남자들도 살림을 돕는 모습도 보기 좋다. 어느 날, 온 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으며 다같이 그녀의 드라마를 보는 중이었다. 저녁상을 치우기가 무섭게 올케언니에게 과일 가지고 오라시는 어머니와, 거기에 커피도 추가하는 오빠의 모습이 내 눈에는 거슬렸다.

내가 "난 김수현 씨 드라마를 보면 살림하고 싶더라"라고 하자 올케언니가 왜냐고 물었다. 나: "집안일이 무척 많아 보이지만, 또 편리한 생활기기도 많이 나오잖아요? 그리고 아주 봉건적인 가족인데 남자들도 다 집안일을 돕잖아요? 난 그게 좋더라"

과일을 깎다말고 씩 웃는 올케언니 뒤로 나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이 느껴졌다. 우리집은 아직 아니군.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