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여름방학 중 바라 본 한국 겨울 단상 21
어느날 칠레졸업생이 페이스북으로 문자를 보내왔다. "휴가 중 한/중/일을 여행 중인데 한국에서 iPod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혜화동 명륜파출소에서 내 iPod을 가지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고 난 지금 일본에 있다, 폐가 되지 않는다면 교수님이 찾아서 칠레에 올 때 가져다 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며칠 후 졸업생의 한국친구가 전화를 했다. 어설픈 한국말로 보아 교포출신인 듯 했다. "민원중 씨에요? (아마도 내 이름 영문표기 Wonjung을 이렇게 발음한 듯 하다.) 난 Y (졸업생) 친구에요. Y가 iPod 잃어버린거 알아요? 그거 지금 파출소에 있어요. 내가 당신한테 전해줄까요?"
이거야 원 그래도 내가 명색이 교수인데 이건 무슨 말투지? 전화로 말을 건네면 Y의 한국친구가 잘 못 알아듣는 모양이었다. "그냥 내가 가서 찾을게요." "뭐라구요? 당신이 뭘 어쩐다구요?" 기가 막히다."경찰 바꿔주세요." 경찰분께 내가 직접 가서 찾겠노라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뭐가 그리 바쁜지 도무지 혜화동에 갈 시간이 나지 않았다. 칠레로 돌아올 무렵이 다되어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큰 마음 먹고 헤화동으로 향했다. 혜화역 4번 출구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오면 된다던 명륜파출소는 가도가도 나오지 않았다. 날은 어찌나 춥던지 쌩쌩 찬 바람에 얼굴이 얼 것 같은데 20여 분을 걸어 성균관대 앞을 지나도 도무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아주머니께 명륜파출소가 어디냐고 물으니 "여기서 한참 올라가면 나와요"라고....
'아니 내가 이게 뭐 하는 짓이지?' 하는 마음과 '그래도 한국이 이렇게 양심적인 나라구나, 기왕 해주기로 한 거 좋은 마음으로 해주자' 하는 마음과 '아이고.. 왜 이리 추워.. 약속도 많고 바빠 죽겠는데 내가 뭐하는 거야' 하는 마음과... 온갖 생각이 40여 분을 걷는 동안 내 맘 속에서 요동을 쳤다.
드디어 명륜파출소에 도착했다. "아니 학생이 이런 걸 교수님께 부탁해요?" "그래도 좋은 마음으로 해주세요". 경찰아저씨들 마음도 내 맘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파출소를 나오려는데 경찰관 두 분이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었다. 지하철 역까지 타러 간다고 하니 "좋은 일도 하셨는데 그럼 우리가 지하철 역까지 모셔드리죠" 하셨다. 난생 처음, 무시무시한 경찰차에 지은 죄 없이 (?) 타보았다. "좋은 일 하니 이런 재미있는 경험도 해보시네요?" 그러게나. 이왕이면 사이렌도 윙윙 울려주세요 할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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