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anuary 29, 2013

못난이의 도전 85

(칠레) 친구들은 되도록 남에게 신세 지기 싫어하는
나의 지나친 독립성을 비난하곤 한다. 언젠가 감기 몸살을 끙끙 앓고 있을 때 친구들이 보자고 하는걸 바쁘다고 거절하고 나중에 실은 그때 아팠노라고 하니, "도대체 친구는 뭐 하는데 쓰는 거냐"고, "많지도 않은 외국인 친구를 혼자 아프게 두면 우리는 뭐가 되냐"고 호되게 야단을 맞았더랬다.

생각지도 않게 칠레에서 작은 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냥 가서 하면 되는거지 뭐 했는데 의사선생님이 "반마취를 할텐데 혼자 오지 말고 누구랑 같이 와요" 하셨다. 누구를 부르지? 다들 바쁘게 사는 친구들의 일상이 떠올랐지만, 에이 뭐, 염치불구하고 한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넌 도대체 그런 일을 수술 바로 전날 말하니? 너 아예 하룻밤 우리집에서 잘 보따리를 싸와." "아니야.. 그냥 수술 끝날 때만 와줘" "잔소리 말고, 우리집에서 하루 자. 내가 안심이 안되어서 잠이 안 올 것 같아서 그래."

수술을 마치고 나오니 날 기다리고 있던 친구의 모습이 어찌나 반갑던지... 얼마 전 이사간 그녀의 넓은 집에서 맑은 공기를 쐬며 하루를 쉬었다. 날 집에 데려다 놓고도 안심이 안되어 매일같이 문자를 보내는 그녀에게 "오늘 실밥 풀었어. 의사선생님도 신기해 할 정도로 하나도 붓지도, 아프지도 않았어" 하니 친구 왈, "거봐, 그게 다 이 뛰어난 간호사 덕분 아니겠어? 우리집에서 자길 잘했지? 내 말 듣길 잘했지?"

가끔은 너무 독립적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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