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November 23, 2011

못난이의 도전 23

칠레에 대해 가장 할 말이 많았던 때는 1년 여 지났을 때 쯤인 것 같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모든 것이 궁금하고 신기하고 궁금한 것이 해결될 때마다 나는 칠레에 대해 제법 아는 것 같아 으쓱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칠레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인터넷이 이상해서 통신회사에 전화를 걸면 스페인어 설명을 들으며 한글로 뜨는 컴퓨터를 보자면 눈물부터 나고, 집안 사소한 것들을 고칠 때마다 하수구가 막혔어요, 욕조 가장자리에 뭐가 어쩌고 저쩌고.. 문틈에 뭐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을 하자면 혀는 꼬이고...

어지간한 칠레음식 다 먹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칠레)친구 집에 갔더니 자기 할머니께서 가르쳐주신 요리라고 맛을 보라는데 이건 또 뭐지? 하고...

적응 좀 했다 싶어 안심하고 있다가 핸드백을 통째로 잃어버리기도 하고....

칠레사람들 괜찮네 했다가 뒤통수도  맞고, 뭐 이런 것들이 다 있어 할 때쯤엔 칠레친구들이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고...

그래서 늘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를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되뇌이며 사나보다.  그러나 내가 울고  웃고를 반복하면서도 칠레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나이 마흔 다 되어가도록 지금 내가 하는 일처럼 좋아하는 일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 고3 때도 지금 여기에서처럼 죽어라 공부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것, 그렇게 내가 좋아하고 그럭저럭 잘 하는 일, 그리고 나 자신을 발견한 곳이 바로 칠레이기 때문이다.

못난이의 도전 24
못난이의 도전 22

2 comments:

Anonymous said...

:) Likeeeeeeeee

민언니팬 said...

우앙~ 쵸쵸공감! :) 쵝오예요- 마지막 문단 빼고. 키키. 표현력이 죽음인데요?

마지막 문단이 공감이 안되는 이유는 ㅋ칠레에서 죽어라 공부를 해본적이 없어서~ 크하하하핫. 마떼아 뇨냐 민언뉘 공브를 그렇게 열심히 하신다늬 부럽잖아욧!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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