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학교에서 나오면서 교문 앞에서 어묵 한 꼬치만 먹었으면 한다. 따뜻한 국물을 마시고 나면 피로도, 허기도 가실 것만 같다. 그런데 어묵 대신 눈에 띄는 건 sopa y pilla라고 하는 칠레식 호박빵이다.
밀가루와 단호박을 섞어 기름에 튀겨 만든 빵인데 칠레사람들은 비오는 날이면 꼭 이걸 먹어야 한다고들 한다. 빵만 먹기도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각종 소스를 얹어 먹기도 하고 달착지근한 소스에 살짝 끓여 먹기도 한다.
길에서 몇 번 사먹어 볼 때마다 이걸 무슨 맛으로 먹나 했는데 (칠레)친구들 집에 가서 home made sopa y pilla를 먹어보면 정말 맛이 있었다. Junior Panel 준비로 매주 금요일마다 우리 집에 모이는 (칠레)학생들을 위해 (칠레)친구 집 도우미아주머니를 초빙해 sopa y pilla 만드는 법을 배워가며 함께 만들었다. 아이들이 우리집에서 sopa y pilla를 맛보는 기분은 아마 내가 외국인 집에 가서 직접 만든 떡 먹는 기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달착지근한 소스까지 내놓자 아이들이 환성을 지른다.
한 학생이 "금요일마다 교수님이 이번엔 무슨 음식을 해주실까 기대하며 오게 돼요" 한다. "잘 먹고 Junior Panel 잘 해내야 해!" 내가 동화 "헨젤과 그레텔" 속 과자집 할아버지가 된 기분이라고 하자 아이들이 깔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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