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20, 2011

이웃집 남자 20

-작업

학생들이 어느 교수가 한국영화 광팬이라고 했다. 수업 시간에 종종 한국영화를 인용하는데 안 본 영화가 없는 것 같다는 거다. 우연히 마주친 김에 "한국영화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이러이런 영화를 좋아한다, 감독은 누구누구를 좋아한다, 영화 "빈집"에 나온 여자주인공이 찍었다는 사진이 왜 문제가 되느냐, 제법 여러가지를 물었다. 한국학세미나에 참가할 동료교수들을 몇년 째 "채집"!!! 해오던 나는 옳다구나 싶어 "너 한국학세미나에 참가 해볼래?"하고 물었다.

"난 한국에 대해서는 하나도 몰라" "걱정하지마. 네가 가지고 있는 한국영화에 대한 해석이 보고 싶은거야.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칠레에 몇 명이나 있겠어." "음.. 생각해보지.."

그래놓고 펑크를 낸 "그", 올해는 드디어 좀더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한다는 말, "나한테 매 2주 간격으로 이메일/문자메시지 등으로 논문초록 보내라고 알려줄래? 내가 너무 바빠서 자꾸 잊어버려." 아이고.. 세상에나.. 바쁘기로 말하면야 너만 바쁘냐, 그러나 그래, 내 세미나를 위해 그깟거 해주마, 수첩에 적어 놓고 꼬박꼬박 이메일로 알려주고 학교에서 마주칠 때마다 상기시켜주었다.

그런데 "그", 한 발 더 나간다. 내가 7월에 학회 참석차 잠시 한국에 간다고 했더니 간 김에 한국영화DVD 몇 개만 사다 달라고 한다. "너 온갖 영화 다 다운로드 받아서 나보다 더 많이 보잖아." "그래도 한국에서 직접 온 DVD가 갖고 싶어." 휴.. 난 한국에 다녀올 때마다 이민가방 몇 개를 싸들고 오는터라 누구 부탁을 받기가 난감하다. 그러나 그래, 내 세미나를 위해 그깟거 해주마, 한국영화 DVD 몇 개를 사다주었다.

드디어 "그"가 논문초록을 보냈다. 내 평생, 내가 좋아죽겠는 남자한테도 그렇게 열심히 이메일/문자 보내준 기억은 없건만 세미나를 위해  별짓을 다 했다. 논문초록 받았으니 더 이상 이메일 보낼 일도 문자 보낼 일도 없다. 그런데 "그", 나와 마주치면 히죽히죽 웃는다. 아가야, 내가 네가 정말 맘에 들었으면 가서 말도 못걸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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