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ugust 6, 2014

못난이의 도전 164

Study Group ASIA는
아시아권 대학에서 칠레카대에 교환학생으로 온 학생들과 칠레카대학생들의 만남의 장이다. 동아리 개념이 없는 칠레에서 2005년 조직된 이후 용케도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모임이기도 하다. 한 대여섯 명에서 열 명 남짓 학생들만 참여하는 학기도 있고... 그럼 이제 이 모임 그만둘 때가 되었나보다... 하면 또 다음 학기에는 서른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하기도 하고...

나름 학생들의 참가가 활발한 학기였는데 어느 날 열명 정도 아이들이 단체로 안왔다. 더욱 이상한 것은 내 눈치(?)가 보여서라도 안빠지던 한국학생들도 모두 안왔다. 한 한국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못오니?" "저 애들이랑 한국식당에 와 있는데요?" "...."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Study Group ASIA에 참가하는 어떤 학생이 마침 그 날이 생일이었다. 골목대장 노릇하는 한 (칠레)녀석이 그럼 그 날 한국식당에 가자고 그 전 주부터 애들을 부추겼다. 몇몇 녀석들은 모임에 빠지고 생일파티에 가기로 했고 몇몇 녀석들은 그냥 모임에 왔고 이도저도 귀찮거나 입장 난처한 녀석들은 모임에도 빠지고 생일파티에도 안갔다.

한국학생에게는 야단 반, 잔소리 반을 했다. "교수님,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야단 반, 잔소리 반이 어차피 안 통할 칠레주동자(!)에게 말했다. "이런 일은 나한테 미리 말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필 오늘, 그것도 월요일, 게다가 모임이 있는 바로 그 시간이 아니면 생일파티 할 시간이 없었을까?" 역시나, 이 녀석의 대답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원래는 모임에 갔다가 저녁을 먹으러 가려고 했다, 그 날 하루 종일 자기의 best friend를 위한 깜짝파티를 준비했다, 계획이 급작스럽게 바뀐거다, 파티에 안 온 애들이 왜 모임에는 안갔는지 모르겠다 등등... 앞뒤 안맞는 말을 계속 했다. "내가 뭐래?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을 땐 미리 말해달라는 건데?" 그러자 이 녀석 왈, "겨우 한 번 빠진 거잖아요. 이 모임은 어차피 자발적인 모임 아니에요? 가고 안가고는 각자 결정하는 거잖아요." 내 말은 어차피 계속 같을테니 내버려뒀더니 이 녀석은 뭐가 그리 분한지 자기 변명/주장을 굽히지 않고 주절주절주절주절......

"잘못했어요"라는 한마디를 절대 안해서 벌어지는 이런 경우를 한두번 겪는게 아니어서 그냥 계속 혼자 말하게 내버려두었다. 실은 "자발적인 일일수록 더 책임을 수반하는 거라"고 , "다른 칠레교수들이나  친구들도 애들이 왜 그렇게 철이 없냐"고 했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또 한편으로는 일본학생은 다 알면서도 조용히 모임에 왔는데, 정작 한국학생들이  "우리 다같이 빠지면 어떻게 해"라는 소리 한마디를 안하고 생일파티에 따라간게 더 서운했다.

전에 인턴으로 온, 초반에 꽤나 속 썩이던 한국학생들은 눈물이 쏙 빠지게 훈련을 시키기도 했고 (그래서 지금은 그 녀석들과 미운정 고운정 선생님/제자 사이가 되었고),  칠레학생들 중에도 한국문화에서는 이렇고 칠레문화에서도 이런건 잘한 거고 저런건 아닌거고를 힘들게 힘들게 문화차이를 설명해가며 징한 사이가 된 제자들도 있거늘... 대부분의 칠레학생들은 한마디를 하면 열마디를 하는 걸 잘 아는 터라 더 말하기가 싫었고, 요즘 한국애들은 나도 잘 모르겠는데 내가 뭐하게 잔소리를 하나 싶었다. 나는 이 아이들을 많이 아끼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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