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anuary 17, 2016

이웃집 남자 230

(칠레, 여) 친구 H
다른 남자를 사귈 때 조차도 마음 속으로 간직하고 있는 오래된 친구가 있다. 대학 시절 사랑을 고백했더니 그가 '우리의 소중한 우정을 깨지 말자'고 했단다.

그리고 그는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 그는 H에게 자기 결혼식 때 친구대표로 인삿말까지 해달라고 했단다.
듣는 나의 생각: '자기가 이제 유부남이라는걸 아주 확실하게 각인시키려고 그랬군'
H의 말: "나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그런 부탁을 했겠어. 그래도 인삿말이 하기 싫어서 어디로 가려고 했는데 하필 그때 공항이 파업을 해서 어디 갈 수도 없었어."

결혼식 날 친구 한 명이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네가 결혼을 한다면 그건 꼭 이 녀석이랑일거라고 생각했어. 이 녀석은 너와 우정을 지키면서도 네가 다른 놈한테 가는건 싫어했던 것 같아."
듣는 나의 생각: '나쁜 놈 아니야. 지는 갖기 싫고 남주기도 싫다는 거잖아.'
H의 말: "나를 정말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

그가 첫아이를 낳았을 때 그녀에게 대모가 되어 달라고 했단다.
듣는 나의 생각: '이제 애까지 낳았으니 나 좀 잊어줄래 아니야.'
H의 말: "나를 정말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

H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가 달려와서 H를 위로해주고 함께 있어주었다고 한다. 내가 물었다. "그 남자 부인이 네가 자기 남편 좋아했던(하는) 거 알아?" H의 말, "내가 자기 남편한테 얼마나 소중한지는 아마 알거야."

H는 그에게 도대체 얼마나 소중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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