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ly 3, 2015

못난이의 도전 205

5년 전에 교환학생으로 칠레에 왔던 M.
칠레에 있을 때는 꽤나 삐딱선 탄 듯 해서 나한테 잔소리 좀 들었던 녀석이다.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취직해서 잘 다니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칠레에 출장을 온다고 연락이 왔다.('얘가 출장 온다고 나한테 이렇게 신이 나서 연락을 할만큼 나랑 친했었나?')

그런데 깐깐한 칠레측 업체가 출장 며칠 전 미팅을 취소한 모양이었다. 다른 중남미 몇몇 나라를 다 다니는 출장인데 중간에 칠레에서 구멍이 생기니 난감했던 차에 어찌저찌 주말 하루를 칠레에서 짧게 보내는 것으로 일정을 짰단다. 그러더니 하루 재워달란다. "그래, 나 좋아하는 맛밤이랑 김 사와라." ('설마 진짜 와서 자겠어?')

녀석은 정말 맛밤이랑 김을 사들고 왔다. 토요일 오후에 도착한 녀석을 보니 더이상 5년 전의 어린애가 아니었다. 서른도 안된 녀석이 세계 곳곳을 다니며 '영업사원' 노릇을 하느라 고생하는 모습을 보니 안스러웠다. 교수님께서 전에 밥 많이 해주셨다면서 저녁을 사주더니 같이 쇼핑몰을 도는데 "교수님, 이 장갑 교수님한테 너무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제가 하나 사드릴게요." 한다. 쌀쌀한 칠레의 겨울날씨를 녀석이 사 준 빨간장갑 덕분에 조금은 덜 춥게 보낼 것 같다.


못난이의 도전 206
못난이의 도전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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