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December 20, 2011

일주일 그리고 또 일주일 9

- 내 안의 오리엔탈리즘


(미국)친구 B가  파라과이 출신의 S를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자주 얘기했었다. S의 남편은 국제기구에서 제법 높은 지위에 있다가 퇴직하신 분이고, S는 작가였다. (B와 S는 모두 환갑이 지난 분들이다) 중남미 여러 나라 사정 등에 대해 박식하니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는게 이유였다.

그런데 S는 B로부터 내 얘기를 전해듣고 무척 호기심이 생겼던 모양이었다. 우리의 대화는 거의 인터뷰 수준이었다. "이 아줌마 내 얘기로 소설 쓰고 싶은거 아니야?" 싶은 기분이 들어 대답을 얼버무리고 자꾸 다른 얘기를 했더니 S가 짜증을 내는게 보였다.

S는 자신이 백인이고 유대인이라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백인이고 유대인이면 내가 무조건 대답을 해야 하나?) 자식농사 잘 지어 큰 아들은 뭘 하고 작은 아들은 뭘 하고 딸은 뭘 하고... 자신이 사랑받는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온 데 대한 얘기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S의 짜증섞인 꾸준한! 질문 때문에 자신이 굉장히 영어를 잘 한다고 생각하고 굳이 영어로만 대화하는 그녀의 Spanglish 조차 밉살스러웠다.

(내가 당신같은 아줌마 칠레에서 여럿 봐서 아는데, 이 동양애가 칠레에 온 스토리 꼬치꼬치 물어서 자기들 수다 안주로 삼는거 내가 모를 줄 아냐) 난 속으로 콧방귀를 뀌고 있었다. "설마 내 얘기를 테마로 소설 쓰려고 자꾸 물으시는거 아니죠? 우리 다른 얘기 해요." 내가 씩 웃으며 화제를 돌리자 B도 얼른 장단을 맞추었다.

S는 다시 자신이 백인이고 유대인이며... 를 강조한 후 어쩌고 저쩌고...를 계속했다. (그래봤자 파라과이사람이면서 뭐...) 나는 나도 모르게(알게?) 내 안의 오리엔탈리즘이 꿈틀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일주일 그리고 또 일주일 10
일주일 그리고 또 일주일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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