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December 26, 2011

다시 대한민국 국민이 되다 5

-국산품 애용자

칠레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시아관련 국제학술대회가 열려 참석했다. 나보다 앞서 일본인 교수가 독도/다케시마 문제를 포함한 한일관계에 대한 발표를 했다. 그는 East Sea/Japan Sea, Dokdo/Takeshima 두 표기를 모두 ppt에 띄웠다. 나는 통일교육에 대한 발표를 했는데 당연히 한국지도는 East Sea로 표기된 지도를 ppt에 띄웠다. 발표가 끝나고 자리에 돌아와 앉았는데 뒤에서 일본인 교수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네 노트북 일제더라." (난 그때 소니 바이오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차.. 나도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게 한국에서 제일 싼 거였어."

이후에도 학생들이 내가 쓰는 물건 하나하나를 안보는척 매우 유심히 살핀다는 것을 눈치채고 "본의 아니게" 되도록 국산을 쓴다. 언젠가 한국 다녀오는 길에 L.A. 공항에서 인터넷을 확인하고 있는데 (그때 마침 마일리지가 제법 쌓여 VIP 실에 있었다) 내 앞자리에 있던 사람이 "S사 제품을 쓰시네요? 같은 사양이면 L사 제품을 쓰시죠." 그의 노트북은 L사 제품이었고 그는 그 회사 직원이었다. 우리 대화를 대충 눈치 챈 옆에 있던 미국 사람이 "내 노트북은 D인데 이것도 좋아" 해서 다같이 웃었다.

국산만 사용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끝이 없군. S사와 L사 제품 중 어느 것을 써야 더 애국자란 말인가. 그런데 협찬 등 일 관계로 한국기업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국기업이라는 것과 한국기업이라기보다는 글로벌기업으로 보이고 싶고 보여야 하는 선에서 오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나는 테블렛을 사고 싶은데 한국산 S사 제품을 살까 미국산 A사 제품을 살까 망설이고 있다.

다시 대한민국 국민이 되다 6
다시 대한민국 국민이 되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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