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다녀올 때 마다 이고지고 오는 한국먹거리들.
금지된 식품은 안 가지고 왔지만 자진신고를 한다. 그러나 까다로운 칠레 세관은 늘 뭔가 하나 물고 늘어진다. 이번엔 '맛밤'. 내가 맛밤을 한두번 가져오는 것도 아닌데 한 봉지 집더니 어마어마하게 큰 가위로 입구를 잘라낸다.
"과자랑 음식을 가져왔다고 신고하셨죠?"
"네"
"이건 과자가 아니라 과일이에요. 밤."
"네, 그런데 날밤은 아니라서요."
"내 말은, 그러니까 과자가 아니라 과일이라고요."
"네?"
"그러니까 과일이라고 신고를 하셨어야 한다구요."
"아, 네. 익은 과일이라고 신고하면 되나요?"
"그렇죠."
(재수 없어, 정말... 이런 맘이 들지만, 최대한 공손하게)
"하나 배웠네요. 다음부턴 그렇게 신고할게요. 이미 뜯었는데 맛 보실래요?"
"한국에서는 그럽니까? 세관원들이 먹을거 개봉해서 먹고 그럽니까?"
"그런게 아니라.. 내 칠레친구들도 다 좋아하는 거라서요. 이미 뜯은거 드셔도 돼요. 한국에 다녀올 때마다 가져오는데 문제가 된 적도 없었구요."
"칠레 세관 웹페이지에 들어가 본 적 있으세요?"
"전에 봤죠."
"매년 규정이 바뀌니까 틈날 때마다 들어가서 읽어보시죠. 작년에 괜찮았다고 이번에도 괜찮은게 아니거든요."
(거 정말 재수 없네...)
"네."
"그리고, 아무리 다 익은 과일이라도 설명이 영어로 나와 있지 않으면 걸리는 겁니다."
(진짜 재수 없다...)
"네."
"이번엔 봐드릴테니까 다음부턴 영어로 설명이 있는 것만 가지고 오세요."
맛밤 회사에 뒷면에 영어로도 설명을 넣어 달라고 해야 하나?
그들의 도전 253
그들의 도전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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