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February 23, 2018

일주일 그리고 또 일주일 387

독일살이 133
Frankfurt 대성당을 둘러보고 나오는데 성물점이 눈에 띄었다. 단아한 분위기에 이끌려 들어가니 아름답게 나이 드신 수녀님 한 분이 나오셨다. 이것저것 보며 영어로 물어보자 나긋한 목소리로 당신은 영어를 못하노라 하셨다. 내가 독어를 못하는 걸 아시면서도, 전혀 불편한 기색 없이, 이렇게도 말해보시고 저렇게도 말해보시며 내가 알아들을 때까지 쉽게 쉽게 (독어로) 설명을 해주셨다. '독일' 묵주를 사고 싶다는 뜻을 전하고 싶어 가지고 있던 묵주를 보여드리니, "이건 이태리 묵주"라고 하시며, '독일' 묵주들을 꺼내 보여주셨다. 하나를 골랐는데 고리가 빠진 걸 보시더니, 같은 디자인의 다른 색 묵주를 꺼내주셨다. 그런데 나중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더듬더듬, "나는 한국에서 왔어요, 그런데 칠레에 살아요. 그리고 지금 베를린에서 일해요."라고 말씀드렸다. "독일에 친척이 있나요?"라고 물으시는 것 같아서, "네, 어디에 한 명, 어디에 세 명이 있어요." 그리고 내가 아는 온갖 말을 조합해서 다시 독일에 오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수녀님께서는 문장을 정리해주셨다. "아, 다시 독일에 오고 싶군요." 수녀님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뜻을 금새 파악하셔서 깔끔하게 독어로 정리해주시기를 귀찮아하지 않으셨다. 마음이 포근해졌다. 그리고 성물점을 나오며 되뇌었다. "저를 지금 이 곳에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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