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27, 2011

이웃집 남자 21

-착각


평소에 내 일을 많이 도와주는 (칠레)친구가 있다. 물론 무료로 도와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적당히 손발도 맞고 (나름) 믿고 맡길 수 있어서 썩 괜찮다. 그런데 가끔은 약간은 이상한 분위기로 "얘가 혹시 나 좋아하나?" 싶게 만들어서 이게 라틴남자들 특유의 끼인지, 그의 진심인지, 내 착각인지 아리송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돈 문제만 나오면 집요하게 따지고 이미 다 말로 정해 놓은 것을 또 따지고 또 따지고 그건 재정담당이랑 얘기하라고 해도 계속 따지고 확인해서 날 무척이나 지치게 하는 덕(?)에 나는 더이상 그가 나를 좋아하나보다라는 착각을 안할 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가끔은 날 이상하게 만드는 그가 날 확 정신차리게 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으니, 그건 학술대회를 조직한 바로 그 날이었다. 몇달 간 준비한 일을 무사히 마치고 초청교수들과 저녁식사를 한 후 나는 거의 탈진상태가 되어 집에 돌아왔다. 자기 전에 메일을 열어 본 나는 말 그대로 확 깼다. 그로부터 온 메일, "오늘 행사가 잘 되어서 축하해. 그런데 내 지불문제는....."

어차피 주말이니 월요일에 답하면 되겠거니 하고 그냥 잤는데 다음날 아침 컴퓨터를 켜고 얼마 안되어 그가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내 메일 받았니? 행사 관련해서 이러저러한 지불문제는...."

이웃집 남자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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