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ly 13, 2018

못난이의 도전 281

마드리드 나들이 6 (이웃집 남자 308에서 계속)
창구 앞에 도착하니 이미 줄이 길다. 할머니와도 다시 만났다. 할머니는 산티아고 내 어느 대학 교수였다. 우리는 전공은 달랐지만, 연구방향이 비슷해서 쉴새 없이 얘기했다. 그녀는 코스타리카 출신이었다. 긴 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러라고 비행기가 고장났다보다 싶어  고마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창구 앞은 난리였다. 새치기하려는 사람들, 새치기를 막으려는 사람들, 단체로 항의하자고 데모를 조장(?)하는 사람들, 휘파람을 불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시간은 이미 4시가 다 되어 가는 중이었고, 새벽부터 공항에 나와 12시간 이상을 공항에서 보낸 사람들은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그 와중에도 대부분의 중남미사람들은 쉴새없이 떠들고 있었다. 내 앞사람과 내 뒷사람이 계속 애기를 해서 나는 그들이 가족인 줄 알았는데, 아니란다.

항공사 직원들은 각각 다른 해결책을 제시했다. 누구는 이러이러하게 해줄거라고 하고, 누구는 저러저러하게 해줄거라고 했다. 이메일도, 문자도, 어떤 공식적인 메시지도 없었다. 그저 내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려야했다.

한 콜롬비아 여성이 자기는 지금 칠레돈도 없는데 배가 고프다고 소리를 질렀다. 항공사직원이 그녀에게 저녁식사권을 주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왜 나는 안주냐고 아우성이었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주고, 알면 받고, 모르면 못받고...

기다리며 친구가 된 몇몇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식권을 받아오고, 번갈아가며 식당에 가서 햄버거를 받아왔다. 내 돈 주고는 안사먹는 햄버거였으나, 내 평생 가장 맛있는 햄버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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