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우리집 앞집에 이모네 가족이 살았다.
나와 동갑내기인 첫째를 시작으로 줄줄이 연년생 3남매와 나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어울려 놀곤 했다. 내게도 오빠가 있었지만 나와 네 살 터울이나 지다보니 날 끼어주지도 않았고, 또래 사촌들과 노는게 더 재미있었다.
나와 동갑내기 (남) 사촌이 한 편을 먹고 아래로 여자 남자 사촌동생들이 편을 먹어 종종 전쟁놀이를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어쩌다 다툼이라도 생기면 갑자기 삼남매가 똘똘 뭉치고 나는 외톨이가 되기 일쑤였다는 거다. 그럴땐 나랑은 놀아주지도 않는 오빠가 얼마나 원망스럽던지...
이런 난데없는 편먹기에 갑작스레 외로워지는 경우가 칠레에서 종종 생긴다. 무슨 일이 생기면 갑자기 칠레사람들끼리 뭉쳐 나더러 말을 못 알아들었다, 네 말을 잘 못 알아 들었다 등등 할 때, 억울하다고 느낄 때, 그게 내 컴플레스와 자격지심인지 사실인지 몰라서 더 속상할 때 등등..
무척이나 우울하고 처절하게 외국인이라는걸 느낀 어느 날이었는데 햇살이 너무 화창했다. 그래, 이것도 다 지나가리라.
못난이의 도전 73
못난이의 도전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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