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고 있어 싱가폴에 놀라오라고 해오던 차에 마침 한국 항공사 마일리지가 제법 쌓여 있길래 2월 여름방학에 한국에 간 김에 잠시 싱가폴에 다녀왔다. 친구와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며, 어떻게 한 도시에서 중국/이슬람/인도... 그렇게 많은 문화를 한꺼번에 다 접할 수 있는지 감탄했다. 아침은 중국식, 점심은 인도식, 저녁은 이슬람... 볼거리 먹거리는 물론 칠레에서 석회질 넘치는 거친 물만 접하다 보니 싱가폴에서는 샤워를 할 때마다 '물'을 만지는 재미까지 있었다.
땡큐 라~~ 빠이 라~~ 싱글리쉬는 내가 황당한 상황에 처하기 전까지는 마냥 재미있었다. 한국에는 주로 2월에 가는 탓에 여름옷에 아쉬워하던 나는 싱가폴에서 신나게 여름옷+신발 쇼핑을 했다. 그!런!데! 싱가폴을 떠나던 날 일이 벌어졌다. 며칠 동안 신나게 놀고 마지막 쇼핑까지 마치고 화장실에 갔다. 가방, 쇼핑백, 지갑... 들고 있던 물건이 많았는데 쇼핑몰 화장실은 꽤나 넓직하고 게!다!가! 물건을 둘 수 있는 공간도 많!았!다!
화장실에서 나와 흠.. 가기 전에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싱가폴 토스트나 한번 더 먹어볼까? 하던 나는 말그대로 식겁했다. 지갑을 화장실에 있던 선반 위에 그대로 두고 나온 거였다. 부리나케 화장실에 가보니 지갑은 이미 없어졌고, 화장실을 청소하던 아주머니는 중국식 영어로 알아 듣지 못할 소리를 했다. Information은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고 Concierge에서 인도계 직원이 역시나 알아 듣기 힘든 영어로 경찰서에 일단 신고는 하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칠레-한국, 그리고 한국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 싱가폴에 가느라 정신없이 짐을 챙겨 지갑에는 한국과 칠레의 신용카드며 신분증이 모두 들어 있었다. 도대체 내가 뭘 가지고 오고 뭘 두고 왔는지도 기억이 안났다. 다행히도 여권은 가방 안에 있었다.
친구와 택시를 타고 police에 가자고 하니, 이번에는 이슬람계 택시기사아저씨가 OK OK post office라고 한다. 우리가 post office가 아니라 police라고 하면 아저씨는 또 OK OK post office라고 하더니만 우리를 경찰서 앞에 내려주었다.
경찰서에 들어가니 이슬람계 경찰이 정말 알아 듣기 힘든 영어로 무슨 서류를 작성하라고 했다. 혹시나 칠레에 다시 들어갈 때 문제가 생길지 몰라 신분증을 잃어버렸다는 확인증도 받았다.
항공권은 마일리지로 사고 숙식은 친구집에서 해결했다고? 지갑을 잃어버려 도루아미타불, 졸지에 아주 비싼 여행이 되었으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야간 사파리 구경하고 버스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영어로" 말해주는 정류장 이름도 알아 듣기 힘들었던 기억조차 즐겁다.
2009년 싱가폴 야간사파리에서 |
나에게 주는 선물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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