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October 13, 2015

산티아고종교탐방사 17

인터넷 상에
이러저런 칠레거주 외국인모임이 있다. 어느 모임에서는 푸근한 인상의 미국인 아저씨가 종종 포트럭파티를 열었다. 어느 날은 각자 좋아하는 와인과 안주를 가지고 올 것, 어느 날은 각자 좋아하는 과자를 가지고 올 것 등등 주제도 나름 재미있어 보였다. 몇 번 간다고 등록만 해놓고 매번 다른 일이 생겨 영 갈 기회가 생기지를 않았다.

월요일까지 휴일을 앞둔 금요일에 맥주파티 공고가 났다. 각자 좋아하는 맥주와 바베큐용 고기나 곁들일 음식이 준비물이었다. 어떤 모임인지 궁금하던 차에 드디어 맘을 먹고 모임에 갔다. 칠레거주 한국녀 E까지  꼬드겨 고기며 소시지, 맥주를 잔뜩 사들고 모임에 갔다.

흠... 아파트 건물 사이에 제법 넓은 개인 주택인데 바로 옆에는 성당으로도, 개신교 교회로도 보이지 않는 교회 건물이 있었다. 인상 좋은 집주인은 고기를 어찌나 잘 굽던지 맛이 기가 막혔다. 사람들도 이러저런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만들어 왔다. 그런데 어째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척이나 가까워보였다. "넌 이 모임에 몇 번이나 왔니?" "나야 늘 오지" "난 오늘이 처음이야." 등등. 그런데 베트남계 미국인이라는 한 남자가 한인촌에서 사온 한국치킨을 들고 들어서며 "어? 오늘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네?" 한다.

부엌 한 편에 걸린 성경구절이 좀 심상치 않아 보였다. 화장실로 가는 복도 옆방에는 기독교라고 하기에도 묘한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집주인에게 "집이 제법 넓은데 여기 혼자 살아요?" 하니 "Yes, 나 혼자 살지!" 한다. "죄송하지만 직업이 뭐에요?" "나? 교회 목사." "교회요? 개신교요?" "뭐 개신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게 뭐지... 소파에 앉아 있던 미국인 아저씨와 에콰도르에서 왔다는 아줌마에게 집주인과 친하냐고 물으니 자기들은 교회 신도란다. 아저씨 왈, "Come one day" 아줌마 왈, "Very good church."

아하.... 같이 간 E에게 눈짓을 했다. "우리 여기 있다가 기도하고 못나가는거 아니야?" "교수님 먼저 슬쩍 나가세요, 저도 따라 나갈게요." 무사히(?) 빠져나온 우리의 감상평. "고기 정말 잘 굽지 않았어요?" "맞아요, 고기는 목사님이 구운게 맛있더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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