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130일째 (7월 23일), 드디어 한국으로 대탈출을 시도했다. 넉 달이 넘는 집콕 기간 중의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비행기표를 사는 일도 며칠이 걸렸다. 라탐은 마이애미까지만 가고, 거기서부터 한국행 비행기는 알아서 구해야했다. 마이애미에서 가까운 아틀란타나 뉴욕으로 가는 방법을 보니, 마이애미에서 하룻밤 자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한국에 있는 친구의 도움으로 마이애미 - 로스엔젤레스 - 인천행 루트를 찾았다. 산티아고에서 마이애미로 가는 비행기도 취소와 변경이 잦으니, 락다운 이후 마이애미행이 가장 많이 출발한 요일을 찾았다. 그 사이 미국은 브라질 입국을 막았다. 미국은 중남미 전체 입국을 막을 생각이라고도 발표했다. 이어 이탈리아는 칠레 입국을 막았다. 비행기표를 구하고 한 달이 넘는 기간 중 매일 산티아고 공항 사이트에 들어가봤다. programmed, estimated, cancelled, departed... 당장 내일이 어찌될지 모르니, 매일 가슴을 졸여야했다. 산티아고에서 출발하는 마이애미행이 꼬이면 나머지 일정이 다 꼬이니 매일매일이 조마조마했다. 항공사에서 메일이 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드디어 산티아고 출발. 모든 일정이 감사하게도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마이애미 항공이 보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지난 16년 5개월 간의 칠레살이에 미안할 지경이었다. "우리 비행기는 곧 인천국제공항에 상륙합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니 울컥했다. 가슴이 떨렸다.
산티아고에서 마이애미까지 라탐항공으로, 마이애미에서 로스엔젤레스는 American Airlines, 로스엔젤레스에서 인천공항까지는 대한항공으로.. 전에는 항공사가 바뀌어도 Final Destination이 ICN으로 찍혔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매 구간이 Final Destination이었다. 그동안 한국과 칠레를 수십번 오가며 경유지에서 짐을 찾아 Transit Belt로 넘기고 체크인을 다시하는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매 구간 짐을 찾아 항공사 카운터까지 가야했다. 로스 엔젤레스에서는 도착 터미널과 출발 터미널이 달라 짐을 카트에 싣고 몇 백 미터를 걸었다. 내가 아직 낑낑대며라도 60키로 가까운 짐을 끌고 걸을 기운이 있어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주문을 외우며 걸었다. 하루하루를 예측할 수 없으니, 칠레에서 나갈 길 막히기 전 이 여행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감사하다고 주문을 외우며 걸었다. 그렇게 산티아고 집을 나선지 꼬박 48시간 만에 한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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