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내려고 보니 아무래도 학부생들 글이라 손볼 일이 너무 많았다. 그 중에서도 N의 원고는 인용문 표기는 고사하고 출처도 불분명해서 일일이 다 확인을 해야 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N에게 정리해준 대로 다시 써서 보내달라고 하니 난색을 표했다. 어차피 1등 수상작도 아니었고 다시 보기도 귀찮고... 핑계가 많았다. 자기 글은 책에 실려도 그만 안실려도 그만이라고 하니 내가 사정을 해야 할 판이었다. 학회가 있어 잠시 한국에 가야 하고 시간은 촉박하고, N과 친한 학생에게 N을 도와줄 것을 부탁했다. 자칫 어린 학생의 자존심을 건드릴까 조심조심해야했지만, 한국에서 돌아와보니 N은 글을 손봐두었다.
드디어 책이 나오고 제4회 국제한국학세미나 시작머리에 책 전달식을 했다. 어떤 학생들은 내 수업을 듣는다는 이유만으로 거의 반강제로 논문대회에 참가해야하기도 했고, 어떤 학생들은 우연히 포스터를 보고 참가하기도 했고, 이유는 달랐지만 그들은 상을 탔고, 상품을 받고 신나했는데 그게 책으로 나왔다고 하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다들 정장을 새로 마련해 입고, 한 명 한 명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상기된 표정으로 나와 책을 받았다. 물론 N도 예쁘게 치마를 입고 나와 수줍게 책을 받았다. "귀찮은 노력을 한 보람이 있었던 것 같니?" N이 말했다. "물론이죠. 너무 행복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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