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사람들의 좋은점이자 좀 불편한(?)점은 사소한 것을 지나치게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거다. 큰 선물 안하고 자그마한 선물도 감사하고 좋아하는 점은 편하고 좋지만, 때로는 그 자그마한 일에 지나치게 집착해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 때도 있다는 거다.
매년 국제한국학세미나가 끝나면 협찬품으로 받은 물건을 그동안 일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몇몇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나눠준 티셔츠를 자기도 줄 수 없냐고 한다. 평소에 내 일을 많이 도와주는 친구에게 늘 티셔츠를 챙겨주곤 했는데 줄 때마다 자기 사이즈가 아니라는 둥 불평이 많았다. (그러나 꼬박꼬박 챙겨간다) 몇년 째 그 불평을 듣고 있자니 나도 좀 기분이 언짢았다. 올해도 또 티셔츠 타령을 하길래 "너한테 맞는 사이즈가 없어" 했더니 "큰거라도 줘" 하길래 못들은척 했다.
학교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너 나한테 빚진거있지" 한다. "뭐?" "나 티셔츠 주기로 해놓고 안줬잖아." 아니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이게 무슨 소리야.. "너한테 맞는 사이즈가 없다니까" "그래도 줘" "너 맨날 불평하잖아. 불평 안할거면 주지"
나의 전에 없던 반응이 좀 벙찐 표정을 지었다. 나의 인내심은 어디쯤에서, 얼마쯤에서 멈춰야 하는가, 아니면 계속 참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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