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27, 2012

이웃집 남자 34

- 우리딸이 아직도 먹혀?


학회에서 발표를 마치고 내 발표를 들은 어느 "그"가 장문의 메일을 보내왔다. 자기 소개에 이어 자기는 평소에도 한국과 중국에 관심이 많았고 동양에 대해 나와 개인적으로 (!)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office hour가 어떻게 되느냐 등등의 내용이었다. 학회 때에도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너한테 반했다"고 말했던 "그"인데 과히 평범하다고 보이는 인상(?)은 아니었던지라 일부러 답을 하지 않았다.

다음날이 되자 페북으로 친구신청이 들어왔다. 어차피 한국학 관련 활동 소식을 페북에 모두 올리니 그걸 보라고 하면 되겠군 하고 친구신청을 받았다. 곧이어 다시 장문의 이메일이 왔다. 역시 개인적으로 (!)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역시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 올린 것부터 최근 것까지 내 페북 사진첩에 줄줄이 답글을 달기 시작했다. 아침에 컴퓨터를 켜면 이메일_페북 답글_사진 좋아요_사진 댓글... 페북을 열기가 무서워졌다.

인문대 비서가 메일을 보냈다. 누구누구가 날 찾아왔었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역사학부 비서가 메일을 보냈다. 누구누구가 날 찾아왔었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다른 학부 비서가 같은 메일을 보내왔다.

다음 학기에 내 수업을 듣겠다고 했다. 내 수업은 학부생들 수업이니 박사과정생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것보다는 아시아관련 디플롬을 들어보라고 했다. 자기가 지금 박사과정을 밟는 중인데 애들 학비도 내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 돈이 없어 디플롬은 들을 수 없다는... 예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징징거림이 시작되었다. (이웃집 남자 24 참조)

어머니께 전화로 "이런이런 남자가 이러이러는데.. "하고 말씀드렸다. 나는 이상한 남자의 스토킹을 당하는 것 같아 겁에 질려 말씀드린 것인데 어머니께서는 아니 우리 딸이 아직도 먹히네? 하는 기쁨!에 "뭐 하는 사람이야?"라고 물어보시니 나는 서글퍼졌다. 그러나 그 남자가 "자기가 돈이 없어서 어쩌고 저쩌고...." 라고 했다고 말씀드리기가 무섭게 전화기 너머로 어머니의 호통이 들려왔다. "무슨 소리야. 지금 희생과 봉사할 일 있어?"

이웃집 남자 35
이웃집 남자 33

3 comments:

Oldman said...

ㅋ ㅋ ㅋ 어머님께서 반전이 심하시네요. ^^

Wonjung Min 민원정 said...

그렇죠? ㅋㅋ

Sewell Anjou said...

엄마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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