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ne 6, 2020

이웃집 남자 377

말 그대로
이웃집 남자, 옆집 남자. 양쪽 팔에 잔뜩 새긴 흉칙한 문신. 꽁다리 머리. Covid-19 전에는 가끔 아파트 1층 현관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잘 부르기만 한다면야... 도대체 저 X은 뭐하는 X이길래 하루 종일 저러고 노나 했더니만, 경비아저씨들 말이 부잣집 도련님이시란다. 이 건물에 아파트가 여러 채라 관리 겸 여기 산다나. 돈 많은 싱글남이 옆집에 사는데 얼씨구나? 아파트 복도에서 가끔 마주칠 때마다 보이는 문신이며 괴상망칙한 차림새에 얼씨구는 커녕 절씨구도 아닌지 오래. 어머니인 듯한 할머니와 같이 아파트 돌아보며 따라다니는 꼴을 보니 워이 워이. 게다가 어쩌다 마주칠 때마다 동양여자에 대한 호기심과 느끼함이 섞인 눈빛을 보내니 아서라 된지 오래. 스페인어로 Hola (안녕) 하길래 Hola 답해주니, 스페인어 할 줄 아냐며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낼 때엔 주먹으로 한 대 칠 뻔했다.

Covid-19으로 집콕이 길어지며, 옆집 남자의 요상함이 더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클래식부터 락까지 온갖 음악을 큰 소리로 트는 것까지는 참겠으나, 본인이 직접 음정 박자 틀려가며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를 때는 나도 돌 것 같다. 아파트에서 소음에 대한 주의 공고를 올리자 게임을 하는지 오밤중에 삐삐뽀뽀 소리가 벽을 넘어 들려온다. 집에만 있는 나도 신경이 곤두 서 있으니 온갖 소리에 민감해진다.

야채 배달이 도착했다길래 1층에 내려갔다 올라와보니, 옆집 남자가 대문 밖에 신발을 벗어 두었다. 이후에도 그의 신발은 계속 대문 밖에 있다. 꽁지머리 문신의 방역이라니..  저 인간이 신발 밖에 벗어두고는 신발 없어졌다고 광란의 음악질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웃집 남자 378
이웃집 남자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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